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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음주진료 금지법까지 필요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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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왜 당연한 것을 법까지 만드나."


인천 길병원 전공의가 음주 상태로 3살 유아를 잘못 진료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의사들의 음주진료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되자 이런 질문이 쏟아졌다. 해당 전공의는 술에 취해 수술 장갑도 끼지 않고 아이에게 봉합수술을 했고, 결국 아이는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해당 전공의는 병원에서 파면을 당했다.

정치권에선 즉각 음주진료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은 마약류 복용이나 투약, 흡입 및 음주 후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위반할 경우 5년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했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사들이 음주진료를 하지 않는 것을 의사 윤리에만 맡기게 되면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법안 제안의 이유다.


환자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가 술에 취해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비음주 진료는 사회 구성원들의 양심과 사회적 여론, 관습에 비춰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하는 '도덕'의 영역이다. 그런데도 오죽하면 국가의 강제력을 동원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것일까.

의사들의 '제 식구 감싸기'도 지나치다. 의원급 의사들의 모임인 전국의사총연합회는 해당 전공의에 대한 파면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해당 전공의가 주132시간의 근무 이후 응급실 진료에 들어간 것이 이번 의료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음주진료 금지법을 '황당한 법안'이라고 반발했다.


신해철씨 사건을 비롯해 각종 의료사고가 터질 때마다 의료계는 진실을 밝히는데 주저했다. 모든 의사가 의료사고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의료사고를 막기 위한 규제가 마련될 조짐이 보이면 그제서야 마지못해 '자정 노력'의 시늉을 보였다. 규제가 많아지만 우리의 삶은 더 팍팍해진다. 상식만 지켜도 될 일에 법의 잣대까지 필요한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바로 의사들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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