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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순우 행장 '연임 포기', 석연치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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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했다. 이 행장은 1일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오후 늦게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 이 같은 의사를 담았다. 지난주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이뤄지는 등 민감한 시기에 행장이 돌연 연임을 포기하자 "또 다시 관치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 행장의 연임 포기가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유는 '서강대금융인회(서금회)' 논란 때문이다. 이 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가 꾸려질 때만 해도 연임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연임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이 행장은 "민영화를 위한 발자취를 돌이켜 볼 때 이제 맡은 바 소임은 다한 것으로 여겨져, 취임시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할 때"라고 적었다. 하지만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이 무산된 것은 이 행장의 책임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더 컸다. 오히려 포용의 리더십으로 자회사 매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잡음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자회사를 매각할 때 한 번도 노조와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던 것은 이 행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인 서금회의 지원을 받아 이광구 부행장이 급부상했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은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치달았고 결국 이 행장의 연임 포기로 차기 행장은 이 부행장이 사실상 유력한 상황이 됐다. 이 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의 전통 뱅커지만 서금회와 관련이 있다는 점 때문에 '관치'라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행장이 반드시 연임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이광구 부행장이 우리은행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문제는 절차이고 과정이다. 우리은행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탓에 과거에는 인사 때마다 각종 청탁이 횡행했다. 은행은 신뢰를 먹고 산다. 관치는 신뢰를 갉아 먹는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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