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이 30대 그룹 투자의 73.6% 차지…‘양극화 심화’
삼성전자, 25조9000억원 투자로 5~30위 그룹 투자 총액보다 많아
포스코 44%, 대우건설 52%, CJ·한진 37% 전체투자 줄여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불황이 길어지면서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 국내 30대 그룹이 설비투자를 10%나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 이외 그룹은 누적투자가 15% 줄어 상·하위 그룹간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30대 그룹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는 6%가량 늘렸다. 전체 투자 규모는 6% 줄었다.
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254개(금융사를 제외한 분기보고서 제출 기업)사의 연결기준 3분기 누적 설비투자와 R&D 투자를 합한 투자규모는 총 91조8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97조5000억원 대비 5.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투자액의 71.2%를 차지하는 설비투자가 65조37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72조5300억원보다 7조2000억원(9.9%) 감소했다. 반면 R&D 투자액은 26조4800억원으로 전년 25조원보다 1조4800억원(5.9%) 늘었다. 불황 장기화로 대기업 그룹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면서도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R&D 투자에는 적극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기보고서 제출 계열사가 없는 부영을 제외한 29개 그룹 중 설비투자를 늘린 곳은 10곳에 그쳤지만, R&D 투자는 절반이 넘는 18곳이 늘렸다.
30대 그룹 중 투자액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그룹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33조3700억원을 투자했다. R&D 투자는 13조3500억원에서 13조9800억원으로 4.8% 늘었지만 설비투자는 23조3000억원에서 19조4000억원으로 17%나 크게 줄어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3조3000억원(9%) 감소했다.
삼성그룹의 설비투자가 급감한 것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라인 증설과 성능개선에 사용된 투자액이 5조85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이나 줄어든 영향이다.
2~4위는 SK, LG, 현대자동차그룹 등 4대 그룹이 나란히 차지했다. SK는 올 들어 투자액이 10조6700억원에서 12조9200억원으로 2조2500억원(21.1%) 증가했다. 설비투자와 R&D 모두 21.5%, 18.2% 각각 늘었다. SK하이닉스가 신제품 생산 장비를 교체하고 경기도 이천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며 1조7600억원가량 투자를 늘렸다. SK텔레콤과 SK인천석유화학, SK가스 등도 3000억~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LG는 전년보다 0.6% 소폭 늘어난 12조1600억원을 투자하며 3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9조1400억원으로 4위였다. 현대차는 설비투자가 7조900억원에서 6조3500억원으로 10.5% 줄었다. R&D 투자는 2조5600억원에서 2조7900억원으로 9.1% 늘렸다.
이들 4대 그룹의 투자액은 67조5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4대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투자 감소폭은 더 컸다. 4대 그룹을 제외한 30대 그룹의 1~3분기 투자액은 24조26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4.7%나 줄었다. 이에 4대 그룹이 30대 그룹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8%에서 73.6%로 2.8%포인트 높아졌다.
4대 그룹 외에는 포스코가 3조7200억원을 투자해 5위를 차지했다. 또 롯데(3조원), KT(2조8800억원), 현대중공업(2조원), CJ(1조6400억원), GS(1조5600억원)가 ‘톱 10’을 기록했다.
개별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25조8900억원을 투자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투자 액수는 삼성그룹 전체의 77.6%, 30대 그룹 전체의 28.2%에 달한다. 4대그룹 이외 그룹의 전체 투자액(24조2600억원)보다도 1조6000억원 이상 많다.
SK하이닉스(4조9700억원)와 LG전자(4조3400억원)가 4조원을 넘었고, 현대차(3조9000억원), LG디스플레이(3조6600억원), 삼성디스플레이(3조3200억원), 포스코(3조3000억원)가 3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했다.
이어 KT(2조7100억원), SK텔레콤(2조4300억원), 기아차(1조7300억 원) 순이었다. 투자 상위 10개 기업 중 8곳이 4대 그룹 계열사였다.
30대 그룹 중 전년 대비 투자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SK(2조2500억원)였다. KT는 4400억원으로 2위였다. 이밖에 현대중공업(3800억원), OCI(2600억원), GS(1600억원), 롯데(1400억원), 신세계(1100억원) 등이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늘렸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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