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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 조종훈, '동해안별신굿'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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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 조종훈, '동해안별신굿' 무대에 올린다 조종훈(왼쪽부터 두번 째)과 호나(H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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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앙상블 '호나'와 합동공연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맥이 끊길 위기에 처해진 전통 굿을 살리려는 젊은 예술가들이 있다. 이제는 굿이 탄생한 지역마저 무당을 찾아보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들은 "무속음악은 한국음악의 원초적 뿌리"라며 야외 마당이 아닌 공연장으로까지 굿을 불러들여 대중에게 선보이려고 몸부림친다.


그 중 한 사람인 조종훈씨(35)는 동해안별신굿을 무대로 올리고 있다. 부산 태생인 조씨는 고등학교때 처음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풍어제를 접한 후 20년 가까이 굿에 빠져 살았다. 동해안별신굿(무당이 주재하는 마을 대동굿)은 크게 풍어제와 오귀굿으로 나눠지는데, 풍어제가 해안지방 뱃사람들의 불상사를 막기 위한 의례이자 화합과 소통을 위한 마을 굿이라면 오귀굿은 개인 굿으로 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는 의식이다. "풍어제의 음악을 접하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릿찌릿했죠. 정말 기가막힌 공연을 보면 희열을 느끼듯, 풍어제의 기억은 제 인생을 바꿨어요."

그 길로 조씨는 문화재로 지정된 동해안별신굿의 전수조교였던 김정희 선생을 찾아 포항으로 갔다. 1년간 그곳에서 먹고 자며 굿을 배웠다. 도시화·산업화가 되고, 외래종교와 서양문화가 유입되면서 수많은 전통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자 우니나라 교육시스템에 전통문화 과정이 도입된 것은 1990년대 말께야 자리잡히기 시작했다. 조씨는 그러한 교육과정의 1세대라고 볼 수 있다. 그는 2001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속전공으로 이론과 현장실습이 병행하며, 동해안 별신굿 뿐 아니라 진도 씻김굿, 경기 도당굿, 양주 별산대놀이, 남사당놀이 등등 문화재로 지정된 전국의 전통연희들을 섭렵해 나갔다. 그의 무속 공부는 끝이 없었다. 한예종 석사를 마친 후 학문적인 바탕을 단단히 다지고 싶어 들어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작년에야 석사를 마쳤다. 현재 조씨는 중요무형문화재 동해안별신굿 82-1호 이수자이기도 하다.


서른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변변한 돈벌이 없이, 우리 굿을 배우겠다며 지방을 전전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조씨를 두고 가족들도 두손두발을 다 들었다고 한다. 그는 "가족들이 기독교 신자라 굿을 한다고 하니까 반대도 많았다. 그래도 졸업공연 땐 보러 와 줬다"며 "늦게 군대 갔다가 제대 후엔 집에 손 벌리기가 어려웠는데 대기업 다니는 남동생이 도움을 많이 줬다"고 했다. 이토록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고수하며, 굿을 지키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조씨는 "굿은 우리 전통음악의 원초적 뿌리"라며 "근간이 흔들리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굿 뿐 아니라 오랜 역사 가진 전통문화를 등한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젊은 예술가 조종훈, '동해안별신굿' 무대에 올린다 '초망자굿' 포스터


우리나라의 전통 굿은 주로 북쪽(북한)은 강신무(접신 무당이 행하는 굿), 남쪽은 세습무(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학습을 통한 굿)으로 이뤄진다. 동해안별신굿 역시 부산에서부터 강릉까지 전승되고 있는 세습무다. 과거엔 송씨와 이씨 집안에서도 별신굿을 해왔다고 하지만 지금은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나마 별신굿을 하는 곳은 김씨 집안이 유일하며, 조씨의 스승 김정희 선생이 4대째 이어오고 있는 중이다. 한데 5대부터서는 굿을 하지 않고 다른 직업들을 선택해 김씨 집안은 지금 양아들와 양딸을 들여 세습굿을 잇고 있다. 조씨는 "동해안별신굿을 전수받는 양녀와 양자는 총 7명이다. 그 중 여자는 단 한명"이라며 "굿을 할 때 15명 남짓한 인원이 모이는데, 이 중 꽹과리, 바리, 장구 등 타악을 선보이는 악사는 주로 남자들이, 무당춤은 3~4명의 무녀들이 맡는다"고 설명했다. 그가 현장에서 굿을 학습하면서는 어른들과의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굿을 해 오던 어른들에게 자비를 들여서라도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거부감을 해소하고 접근성을 높이려면 적극적으로 무대에 올려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죠. 지금은 꽤 많이 호의적으로 바뀌었어요."


조씨는 이번에 동해안별신굿을 바탕으로 한 창작공연을 선보인다. 동해안 오귀굿 중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초망자굿(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들이는 거리)'이 오는 5일 오후 8시와 6일 오후 5시 양일간 서울 문래동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에 올려진다. '초망자 굿'은 죽은 영혼을 불러들여 망자의 못다 한 이야기를 듣고, 망자의 가족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아픔을 달래주는 내용으로 이뤄진다. 이 작품은 조씨가 남자 악사인 화랭이를 맡아 이야기를 끌어간다. 화랭이는 1인 다역으로 장면에 따라 무당과 망자의 역할을 번갈아가며 연기하고 가·무·악을 함께 연행한다. 화랭이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공생'과 '화해'를 이끌어내는 매개자다.


특히 이번 공연은 굿 음악이나 장단만을 무대화하는 시도에서 벗어나 굿판에서 사용되는 소품을 오브제로 사용하고, 실제 굿막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자아내도록 무대미술과 영상효과를 활용할 예정이다. 또한 조씨가 올 초 창단한 젊은 연주자들의 모임 '한국음악앙상블 호나(Korean Music Ensemble HONA)'가 이번 공연에 참여한다. 동해안별신굿의 음악은 타악기 반주로만 이뤄져 장단의 주기가 매우 길고 복잡하며 즉흥성이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굿 장단과 더불어 피리, 가야금, 아쟁 등 선율악기와 조화를 시도한 작업이 공개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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