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젊은 예술가의 '굿판'…무대로 오르는 동해안별신굿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8초

젊은 예술가의 '굿판'…무대로 오르는 동해안별신굿 초망자 공연 포스터
AD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동해안 오귀굿(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는 굿) 중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초망자굿(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들이는 거리)'이 서울의 한 공연 무대 위에 올려진다.

다음달 5일 오후 8시와 6일 오후 5시 양일간 서울 문래동 문래예술공장 박스시어터에서 젊은 예술가 조종훈이 선보이는 무대다. 굿 음악이나 장단만을 무대화하는 시도에서 벗어나 굿판에서 사용되는 소품을 오브제로 사용하고, 모던한 느낌의 무대장치, 영상효과를 활용해 실제 굿막에 들어와 있는 듯 한 느낌을 선사할 예정이다.


세습무에 의해 전승되고 있는 동해안 별신굿(무당이 주재하는 마을 대동굿)은 굿 현장에서만 전승과 학습이 가능하다. 또한 전통적인 굿 의례는 외래 종교의 유입과 장례문화의 변화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조종훈은 굿 현장 속으로 뛰어들어 실제로 굿 의례를 배우고, 그 예술적 가치와 전통성을 지켜나가고 있는 보기 드문 청년 예술가다.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동해안별신굿 82-1호 이수자이기도 하다.

그가 선보이게 될 '초망자 굿'은 죽은 영혼을 불러들여 망자의 못다 한 이야기를 듣고, 망자의 가족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아픔을 달래주는 내용으로 이뤄진다. 인간의 원초적인 마음을 자극하고 슬픔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산 자와 죽은 자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내는 굿 의례이다. 초망자굿을 무대화 한 이 작품은 남자 악사인 화랭이가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끌어간다. 화랭이는 1인 다역으로 장면에 따라 무당과 망자의 역할을 번갈아가며 연기하고 가·무·악을 함께 연행한다. 화랭이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공생’과 ‘화해’를 이끌어내는 매개자로서 굿의 기능을 환기시키고 관객과의 공유와 공감을 이끌어 낸다.


조종훈은 "굿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고민을 토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굿 의례가 현대인의 문화와 정서, 미적 감각에 맞추어 어떻게 변화하고 수용될 수 있는지 고민한다"며 "굿 의례를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원형을 발견할 수 있으며, 무대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굿의 제의적 의미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종훈이 대표로 있는 젊은 연주자들의 모임 '한국음악앙상블 호나(Korean Music Ensemble HONA)'도 이번 공연에 함께 참여한다. 동해안 별신굿의 음악은 타악기 반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단의 주기가 매우 길고 복잡하며 즉흥성이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동해안 굿 장단과 선율악기와의 조화를 시도한 작업이 공개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