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여중생을 임신시킨 40대 기획사 대표가 대법원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 판결을 받자 '성적 자기 결정권' 나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는 1일 '성폭력 판례분석 심포지엄'에서 "13세 이상 16세 미만 청소년의 보호를 위해 13세 미만 아동에 한해 인정되는 강간의제범위를 13세 이상 16세 미만 미성년자까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여변이 말하는 '강간의제'는 성관계를 하면 성폭행으로 보고 처벌한다는 뜻이다. 현행법상 만 13세 미만인 아동·청소년과 성인이 성행위를 하면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성인을 처벌하도록 돼 있다. 반면 13세부터 19세까지는 청소년 본인의 동의가 있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 13세부터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는 셈이다.
여변은 성폭력 무죄 판결 사례 분석을 통해 성적 자기 결정권 나이를 높여야 이번 사건과 같은 사례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또 "가해자에게 연령확인의무를 부과하여 미확인시 연령에 대한 고의가 있는 것으로 의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성폭력 무죄 선고가 법정에서 입증이 힘들어 피고인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것을 이 주장의 이유로 들었다. 여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확정 판결된 성폭력 사건 10건 중 3건은 2심에서 가해자인 피고인의 형량이 줄어들었다. 여변은 이런 법정 다툼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입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세부적인 예외조항이 있긴 하나 해외에서는 대부분 일반적으로 만16세를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나이로 보는 것도 근거로 제시했다.
김지후 여변 기획이사는 "범죄자 중 피해자가 미성년자인지 몰랐다는 주장으로 감경을 받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 16세 정도는 성년으로 보일 수 있다. 의제강간 나이를 올리고 가해자가 성관계를 할 때 상대방에게 확인의무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법원 판결의 오류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성적 결정권 나이'까지 올릴 필요는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 판결에서 여중생과 기획사 대표의 첫번째 성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것은 오류의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사실 판단의 문제지 나이로 판단할 것은 아니다. 투표권의 나이도 줄이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성적 자기 결정권 부여 나이를 줄이자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청소년이 성적으로 조숙해지는데 법은 오히려 의제강간 나이를 늘리는 것에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가 최근 5년새 3배나 늘었다. 보건교육포럼의 자료에도 청소년의 평균 초경연령은 최근 7년간1년 가량 빨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현재 만 13세로 돼 있는 의제강간나이는 100여년전 입법 때 사회 분위기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 이를 높인다면 오히려 역행하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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