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정명훈 예술감독이 계약조건을 지키지 않은 채 개인 재단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혜경 서울시의원(새누리당·중구2)은 정명훈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의 계약서 내용을 합리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한편, 특정 국내 활동의 계약 위반 여부를 서울시 차원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24일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정 감독이 갑작스러운 개인 해외 공연일정 때문에 이미 확정돼 있었던 시향의 공연 4개가 차질을 빚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정 감독의 해외 활동은 좋은 일이지만, 시향의 예술감독이 자체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해외 공연에 매달리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며 "시향과 정 감독의 계약조건이 최소한 국내 활동에서는 전적으로 시향을 위해 일하라는 취지로 맺어진 것이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는 만큼 더 명확하게 계약서 조문을 변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개인 활동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정 감독은 올해 80일 정도만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데, 국내 활동에서도 시향을 위한 활동보다는 개인활동에 더 역점을 두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그 근거로 정 감독이 이사장으로 있는 미라클오브뮤직(MoM) 기금마련을 위한 전국 5개 도시 피아노 리사이틀 순회 공연 등을 꼽았다. 이 의원은 "운영규정에 따르면 감독의 영리활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비영리활동 또한 대표이사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사전에 대표에게 아무런 통보·승인 없이 순회 연주회 일정이 언론에 발표됐다"며 "음악만 세계 수준이어서는 세계적 오케스트라가 될 수 없고 관행도 세계수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이 지위를 이용, 본인이 설립한 단체를 위해 단원들을 동원 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의원은 "미라클오브뮤직 재단 재능기부자 명단에는 시향 단원 26명이 있는데, 이들은 재능기부를 명목으로 활동한 사실이 있다"며 "감독이 시향 단원평가를 통해 하위 5%를 해촉하는 권한을 가진 상황에서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지난 2007년 시향이 정 감독의 집 수리 기간 동안 호텔비 4000만원을 지급했다가 2011년 시의회의 지적을 받고 회수한 적이 있다"며 "시향이 내부적으로 조사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외부의 철저한 감독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해외 겸직활동이 오히려 시향의 활동에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지만, 이같은 활동이 시향의 기존 일정과 충돌할 경우 시향의 일정이 희생되지 않아야 한다"며 "금년 말 정 감독과의 재계약이 예정돼 있는 만큼 지금보다 시향 활동에 더욱 매진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합리적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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