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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과잉친절'에 만족하십니까?…친절 아닌 친절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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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과도한 고객만족경영, 고객은 '부담'·감정노동자는 '고통'

당신은 '과잉친절'에 만족하십니까?…친절 아닌 친절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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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 직장인 신연수(29ㆍ여)씨는 최근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공항을 방문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잦다. 매장 여직원이나 스튜어디스들이 무릎을 꿇고 어법에 맞지 않는 높임말 등을 쓰며 서비스하는 모습 때문이다. 신씨는 "친절한 모습이 도를 지나치면 '저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며 부담스럽기만 하다"며 "해당 업체가 얼마나 피고용인들의 감정ㆍ인격을 배려하지 않으면 저럴까 하는 선입견까지 갖게 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이후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린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고객만족경영을 강화하면서 '친절'을 강조하는 서비스문화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직원을 고통스럽게 할 정도의 과잉 서비스는 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오히려 부담감ㆍ불편함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친절'이 강조되는 서비스 문화는 기업들이 이른바 '고객만족(CSㆍcustomer satisfaction) '이라는 경영전략을 받아들이면서 더욱 뚜렷해졌다.제품ㆍ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을 극대화시켜 재구매ㆍ이용율 상승을 꾀하는 서구의 CS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극단적인 친절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인사를 잘 하기와 같은 수준을 넘어서 무릎을 꿇고 서비스하거나 어법에도 맞지 않는 과도한 높임말을 쓰는 사례, 입술 색깔이나 목소리 높낮이까지규제하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고객 응대 서비스가 소비자 권리 신장에 도움을 준 면도 있지만 친절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나친 친절 서비스에 고객들로 하여금 오히려 거부감을 갖게 하고 있다.


직장인 김세현(30)씨는 "얼마 전 휴대전화 관련 상담을 받으려고 콜센터 상담사와 15분간 전화했는데, 의미 없는 인삿말ㆍ높임말 등이 많아 통화시간만 길어진 느낌이었다"며 "과도한 친절은 허례허식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8)씨도 "좋은 서비스는 정확한 요구사항을 해결해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억지로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품질 개선ㆍ민원 사항 해결 등 기본적인 것에 집중해 줬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노동자들도 과잉친절은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김영아 희망연대노동조합 다산콜센터 지부장은 "미소 띤 음성, 잔잔한 웃음 등의 규정이 CS 평가에 반영되다 보니 상담사들이 신경 쓸 수 에 없는 구조다"라며 "한 기초생활수급자가 수급요건 등을 묻기 위해 상담을 하다가 규정에 있는 상담원의 잔잔한 웃음에 '수급자라고 무시하는 거냐'며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에 맞지 않는 '친절' 규정이 고객의 불쾌감을 산 것이다.


전문가들도 과잉 친절은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한다. 이은선 한국CS경영연구소장은 "직원의 마음에서 우러난 서비스가 아닌 기업의 '매뉴얼'에 맞춰진 서비스는 때로 고객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형식화된 친절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CS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CS교육ㆍ평가는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최근 서울지역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사측이 '고객만족'을 이유로 입술(립스틱)ㆍ목소리까지 통제하고, 근무평가 명목으로 비밀 영상촬영까지 하지 이에 반발해 쟁의에 나섰다. 서울시 다산콜센터의 경우 상황ㆍ단계별로 지정된 목소리 등 세부규정이 지나치게 많은 것 등이 노동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 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서구에선 서비스 업종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를 강화하며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키지만, 한국은 인건비는 절감하고 고객 서비스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결국 노동자들의 부담만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이 소장은 "외부 고객 만족도만큼 내부 직원 만족도가 높은 기업은 강요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직원들이 웃으며 친절하게 서비스 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부터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은정 한국여성노동자회 노동정책국장도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은 기본적으로 서비스 자체나 제품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지 노동자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며 "기본적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행복해야 질 높은 고객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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