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와 루이스의 마지막 한판, 올해의 선수 등 3개 타이틀 결정전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10월의 신부' 박인비(26ㆍKB금융그룹) vs '철녀(鐵女)'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포인트는 딱 3점 차. 박인비가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올해의 선수 2연패'가 바로 오늘 밤(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골프장(파72)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결정된다. 상대는 '영원한 라이벌' 루이스다. 2014시즌 최종전,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박인비가 상금퀸 3연패와 새로 도입한 'CME글로브' 초대챔프까지, 이른바 '세 마리 토끼사냥'에 나섰다.
박인비와 루이스의 '악연'은 세계랭킹이 출발점이다. 지난해 3월 루이스가 청야니(대만)를 격침시키고 1위에 올랐지만 박인비가 4주 만에 루이스를 제압하고 다시 '넘버 1'을 차지했다. 루이스는 당시 "잘못한 게 없는데 1위를 내줬다"며 여자골프 세계랭킹 포인트 시스템에 강한 불만까지 표출했다.
이후 박인비가 59주간 자리를 지키면서 소강상태가 이어지다가 올해 들어 루이스의 초반 강세에 밀려 지난 6월 1위에서 밀려난 박인비가 22주 후인 지난달 27일 다시 정상을 탈환해 본격적인 몸싸움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박인비가 현재 1위(11.78점), 2위 루이스(10.85점)와는 불과 0.92점 차다. 당분간 '골프여제'의 치열한 몸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번 대회 화두는 물론 올해의 선수다. 루이스가 딱 3점 차로 앞서 있는 상황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메이저 3연승의 위업을 앞세워 한국선수 최초로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1998년 박세리(37)를 기점으로 2012년 유소연(24)까지 8명의 신인왕을 배출하고, 베어트로피(최저 평균타수)도 4차례나 들어 올렸지만 올해의 선수는 박인비가 처음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무한가치를 입증하고 있는 타이틀이다.
박인비는 일단 루이스 앞에서 유독 강하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동반플레이에서 압도적이다. 지난주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 첫날 박인비가 2언더파를 치는 동안 루이스는 단 1개의 버디 없이 4오버파를 쏟아내며 자멸했다. 3주전 푸본LPGA대만챔피언십 최종일에는 챔피언조에서 만나 박인비가 루이스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시즌 3승째를 수확했다.
박인비의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라는 애칭과 루이스의 다혈질이 충돌해 빚어내는 결과다. 박인비는 "경쟁하는 상대의 표정 변화나 화내는 모습은 오히려 내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고 했다. 6월 이후 3승을 쓸어 담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도 반갑다. 지난달 13일 스윙 코치 남기협(33)씨와 결혼식을 올리면서 가정을 꾸려 멘털도 더욱 강해졌다.
루이스의 플레이 스타일은 반면 전형적인 다혈질이다. 척추에 철심을 박는 대수술을 하고도 골프를 포기하지 않은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지만 그만큼 격정적이다. 잘못된 샷이 나왔을 때 골프채를 집어 던지는 등 그 자리에서 곧바로 화를 표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6월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는 점도 불안하다.
두 선수에게는 '상금퀸'과 '100만 달러 잭팟'이라는 또 다른 전리품이 기다리고 있다. 박인비가 루이스에게 30만 달러 뒤진 2위(220만 달러)에서 역전의 동력이 되는 5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탐내고 있다. 올해 처음 도입된 '레이스 투 CME글로브' 포인트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대회 직전 포인트가 리셋돼 루이스가 1위(5000점), 박인비가 2위(4500점)다. 최종전에서 우승하면 3500점, 우승상금 50만 달러를 포함해 150만 달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주최 측은 박인비와 루이스를 1, 2라운드에서 같은 조로 묶어 '흥행조'로 편성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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