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6년간 정부의 세법 개정에 따라 대기업들의 세부담 증가 규모가 무려 1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복지재원 마련 방안으로 '대기업 증세'가 거론되고 있지만 대기업에 대한 증세는 이미 2009년부터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일 명목 법인세율만 인상하지 않았을 뿐 최저한세율 인상, 공제·감면 축소, 기업소득환류세제 신설 등 대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증세'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기획재정부 조사에 따르면 세법 개정에 따른 대기업의 세부담 증가 추이는 2008년 -23조7000억원, 2009년 14조9000억원, 2010년 1조9000억원, 2011년 5조1000억원, 2012년 5조5000억원, 2013년 7조2000억원으로 지난 6년간 총 10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세부담의 '상한선'격인 법인세율은 2008년 감세 이후 변하지 않았으나, '하한선'에 해당하는 최저한세율(기업이 각종 공제·감면을 받더라도 반드시 납부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은 지난해 2%포인트에 이어 올해에도 1%포인트 올랐다. 그 결과 2009년 14%이던 최저한세율은 올해 17%까지 올랐는데, 이는 최저한세가 도입된 1991년(12%)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는 설명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저한세율 1%포인트 인상할 경우 연 2970억원의 세수 증가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재 우리나라의 '법인세율 대비 최저한세율'은 77.3%(=17%/ 22%×100)로 주요국에 비해 높은 상황이다. 미국은 51.3%, 캐나다는 51.7%, 대만은 40.0%, 멕시코는 58.9%로 우리나라와 30%포인트 이상 차이나는 곳도 있었다.
반면 투자 지원세제는 축소 일변도다. 대표적인 예가 투자액의 일정비율을 세금에서 깎아줘 민간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이다. '특정설비'가 아닌 '설비투자 전반'에 대한 유일한 세제지원제도인 임시투자세액공제가 2012년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로 바뀌면서 2009년 10%이던 공제율이 내년에는 0~1%까지 축소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기업의 고용창출투자세액 기본공제가 1%포인트 인하될 경우 연 3000억원의 세수증가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연구인력개발(R&D) 세제지원도 2012년부터 거의 매년 공제율을 낮추고, 공제대상을 축소하는 가운데 공제요건을 강화하는 등 축소일로를 걷고 있다. 예컨대 올해에는 R&D준비금 손금산입 제도(연구인력개발 투자를 위해 준비금을 적립한 경우 매출액의 3%까지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폐지됐으며, R&D비용 세액공제율, R&D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이 모두 낮아졌다.
홍성일 금융조세팀장은 "내년에도 기업소득환류세제, 외국납부세액공제 축소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증세가 이어질 예정"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율까지 높인다면 중국 성장둔화, 엔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기업의 수익성과 국제경쟁력이 더욱 악화돼 국민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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