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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한 삼성중공업·엔지 합병, 그 배경과 전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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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되면서 삼성그룹의 중공업ㆍ플랜트 구조 개편 계획 추진에 차질을 빚게됐다.


글로벌 조선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플랜트 사업을 통합할 경우 기업 가치가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장반응 때문이다.

하지만 양사는 향후 합병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삼성의 중공업 분야 구조개편 작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1일 합병을 앞두고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전 정지 작업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날 합병이 무산되면서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합병 결정에서 무산까지=당초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27일 각각 임시주총을 열고 합병안을 승인했다.


합병 비율은 1:2.36으로 삼성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1주당 삼성중공업 주식 2.36주를 교부할 예정이었다.


양사가 합병을 추진한 것은 삼성중공업의 해양 플랜트 건조 능력에 삼성엔지니어링의 강점 분야인 '설계ㆍ구매ㆍ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해양플랜트 사업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합병회사의 연간 구매 물량도 약 10조4000억원 규모로 통합구매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도 상당했다.


이와관련,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9월 30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이번 합병은 두 회사가 처한 현안 해결과 위기 극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며 "합병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보다 빠르게 극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2020년에는 매출 4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판단과 생각은 달랐다. 국민연금 등을 포함한 주주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두 회사의 합병 소식이 공식화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조선업계가 업황부진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리한 합병으로 오히려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시 효율적인 인력관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그간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부풀려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합병 시 삼성중공업의 기업가치 훼손이 불기피할 것이라는 판단이 더 컸다"고 말했다.


◆삼성 사업구조 개편 작업·지배구조 영향은=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은 삼성그룹이 추진해 온 사업구조재편 작업 가운데 첫 실패 사례다.


지난해말부터 삼성그룹은 중복사업을 정리하고 시너지가 예상되는 사업부문은 합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되면서 사업구조재편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며 “중화학공업 부문이 사실상 삼성 사업구조재편의 마지막 단추였던 만큼 전체 그림에도 다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됐지만 전체 지배구조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데다 이들 회사 역시 삼성전자나 제일모직, 삼성생명 등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합병 무산으로 사업구조재편에는 다소 영향을 받겠지만 지배구조에는 영향이 없다”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합병을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추진 전망은=이번에는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됐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은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두 회사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 합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만큼 시기와 합병 방식이 달라질 수 있지만 합병 자체가 완전 무산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 분야에 강점이 있고 삼성중공업은 해양 플랜트 등 시공 능력이 뛰어나다"며 "대형 공사의 경우 설계와 시공, 사후관리까지 모두 맡기는 턴키 방식이어서 삼성중공업과 합병시 시너지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각자의 장점을 살리면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그만큼 대형 공사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합병을 결정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삼성 관계자는 “합병을 하게 되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해외업체와의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며 “시너지가 분명한 만큼 시기가 다소 늦어질 수 있겠지만 합병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시장상황과 주주의견을 신중히 고려해 향후 합병 재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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