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전슬기 기자, 손선희 기자] 국회가 예산안 최종 심사 단계에 돌입한 가운데, 상임위 차원에서 증액해달라고 요청한 내년도 예산 규모가 14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예산을 삭감해달라는 요구는 증액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조1888억원에 그쳤다. 세수(稅收)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세수결손이 올해로 3년째인데, 국회가 이 같은 재정난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각 상임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정무위, 정보위 제외)의 새해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국회가 요구하는 예산 규모는 정부안보다 14조7578억8400만원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증액 규모가 가장 많은 상임위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비중이 높은 국토교통위원회다. 국토위는 정부안보다 7조4765억2900만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한 반면 감액 규모는 2850억2800만원에 그쳤다.
국토위는 평창동계올림픽 도시 미관사업에 101억7500만원의 예산을 새로 편성했으며 지방하천정비 사업에 당초안보다 556억8000만원 많은 7156억8000만원을 배정했다. 또 정부안에는 없었던 혁신도시건설과 혁신도시클러스터 사업에 각각 341억원과 130억원의 예산을 집어넣었다.
보건복지위원회는 2조9117억1500만원 증액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감액 규모는 120억2100만원에 불과했다. 복지예산이 전체 예산 규모의 30%를 넘어설 정도로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증액 규모 역시 커졌다.
농림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대응과 농업생산기반정비 사업, 해양경찰 헬기, 연안구조정, 고무보트 구입 등을 위해 모두 1조6600억4600만원을 늘려달라는 입장이다. 농해수위가 예산을 줄여달라고 요청한 3500억1700만원은 상임위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상임위 예산심사 과정에서 증액 규모가 큰 것은 표를 의식한 지역구 챙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지역구와 이해단체를 감안하면 예산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한마디로 의원들의 이기주의가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들은 상임위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구 예산챙기기를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대전 대덕이 지역구인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은 예비심사 과정에서 대전산단 재생사업, 대전~세종 광역교통정보기반확충사업, 대전도시철도 2호선 사업 등을 언급하면서 "대덕구 관련 사업에 국비 747억원을 확보했다"며 "이는 당초 442억원에서 305억원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광주 광산갑의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도 산업통상위 예산 예비심사에서 지역 최대 현안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에 30억원을 비롯해 '초경량 고강성 차체섀시 부품 기술개발 사업'과 '클린디젤차 핵심부품산업 육성사업' 등에 115억원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손 부소장은 "증액 규모만 놓고 보면 국가재정 전반에 대한 고민보다는 지엽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쏟는 것 같다"면서 "상임위 차원의 조정기능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윤영석 새누리당 대변인은 "증액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예산안조정소위에서 감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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