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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한 토속 풍경과 시골 어머니…'송현숙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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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한 토속 풍경과 시골 어머니…'송현숙 개인전' 송현숙 작가. 작품은 '붓질의 다이어그램', 캔버스에 템페라, 170*240cm,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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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한 토속 풍경과 시골 어머니…'송현숙 개인전' 송현숙, 7획 뒤에 인물, 캔버스에 템페라, 150*170cm 2013년.

세월호 넋, 위로의 붓질
재독작가 송현숙, 한국서 개인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나부끼는 명주 천 안으로 쪽진 머리를 한 옛 아낙이 무언가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여인이 힘겹게 발을 내딛은 자리에는 하얀 고무신이 정갈하게 놓여 있다. 빨래를 너는 바지랑대 두 기둥을 소박한 명주 끈이 연결하며, 군데군데 보이는 전통 가옥의 한 귀퉁이, 장독대, 지팡이와 연둣빛이 스민 대나무 숲이 우리네 토속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재독작가 송현숙(여ㆍ63)의 그림들에는 이처럼 수십년 전 시골마을 어머니를 연상시키는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작가는 자신의 고향인 전남 담양 무월리에서의 아른거리는 옛 기억을 10년 넘게 작품의 소재로 삼고 있다. 한국의 귀얄 붓으로 단숨에 긋는 획, 무명색과 갈색, 초록색 등의 색감은 '그리움'의 감정을 은은하게 전달한다. 작가는 서양에서 유화물감이 발명되기 이전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재료인 '템페라'를 고수하고 있다. 기름기가 많은 유화물감에 비해 달걀과 송진, 씨앗기름을 혼합한 템페라는 붓질이 지나는 미세한 흔적을 통해 삼베, 명주와 같은 천의재질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6년 만에 고국에서 개인전을 갖는 작가는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누에를 길러 명주실을 뽑고, 삼베도 짜서 물들여 입곤 했다. 그림에 나온 이런 이미지들은 머리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냥 몸에 배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닥에 캔버스를 뉘어 붓으로 한 번에 그어 내려가는 그의 작업은 동양의 서예와 닮아 있다. 송 작가는 "서예를 할 때 멋지게 쓰려고 욕심을 내면 더 안 써지듯, 여러 번 연습한 후 유유히 선을 그어 나가면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작품들의 제목은 특이하게도 '5획' '12획'으로 돼 있는데, 5번 혹은 12번 획을 그어 그린 작품이라는 뜻이다.


8남매 중 둘째 딸인 송 작가는 1972년 독일에 보조 간호사로 파견된 후 4년 만에 함부르크 미술대학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됐다. 당시엔 동양인으로서 이국적 경험을 살려 작품들을 그려왔었다. 대학 졸업 후인 1985년엔 독일 학술교류처를 통해 광주 전남대에서 1년 장학생으로 공부하면서 스승인 이태호 교수(명지대 미술사학)를 만나 동양회화와 한국미술사를 접하고 역사유적 답사를 즐겼다고 한다. 전시장을 찾은 이 교수는 "지금 송 작가는 독일에서도 동양작가로서 주목받는 화가"라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더 잘 간직한 채 우리 본래의 토속ㆍ민속적 이미지들을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과거 그림보다 이번 신작들은 훨씬 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고 했다.


함부르크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작가는 평소 오후까진 텃밭을 가꾸고, 저녁때부터 지하실과 연결된 작업실에서 새벽 2시께까지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마당에다 한국에서 가져온 종자로 심은 쑥갓, 마늘을 기르고 닭도 키우고 있어요. 독일인 남편은 양봉도 치죠. 저녁 땐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공간에서 나만의 작업을 위해 집중해요."


전시장 한 켠 '획 수'가 아닌 제목이 붙어 있는 작품이 있어 눈길을 끈다. '붓질의 다이어그램'이라는 이 그림은 작가가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그린 작품이다. 무한 반복되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붓의 움직임 속에 깊고 검은 바다 속 희생자들의 외침이 뒤엉켜 있는 듯하다. 오는 12월 31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02-720-1524.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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