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상 세종연 수석연구위원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북한이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를 방문한다.이번 방문은 러시아와 먼저 정상회담을 추진해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정은 동지의 특사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인 최룡해 동지가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 연방을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최룡해의 러시아 방문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고위급 인사 교류와 경제협력 등을 통해 눈에 띄게 밀착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8일 열린 드미트리 야조프 전 소련 국방장관의 90세 생일행사 참석차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최룡해는 김 제1위원장의 특사인 만큼 푸틴 대통령을 만나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15∼1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최룡해와 만남은 내주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최룡해 파견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룡해는 지난달 29일부터 북한 매체에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보다 앞서 호명되며 북한 권력에서 2인자 위상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룡해는 군 총정치국장으로 활동하던 지난해 5월에는 김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이에 대해 "최룡해의 방러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외교 분야에서 과거 김정일 시대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한·중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박근혜 대통령의 한·중·일 회담 제안 등의 과정에서 북한이 외교적인 차원에서 자신들의 돌파구를 과거시대보다 다양한 차원에서 노련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룡해의 방러는 김정은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반(反)서방 진영의 핵심국가인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8일 북한의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데 이어 북한 지도부의 제 2인자로 간주되는 최룡해 비서도 김정은의 특사로 모스크바를 방문한다고 하니 향후 북러 간 정치 군사협력이 더 긴밀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최룡해의 러시아 특사 파견 결정은 지난 10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제 17차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공동주재하면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입장을 밝힘으로써 북한의 외교적 고립감이 심화된 것이 중요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최룡해가 푸틴을 만날 경우 김정은의 방러나 푸틴의 방북,유엔에서 한미일 대북 인권압력에 대한 북러 공조방안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면서 "중국과 정상회담 가능성이 낮아 최룡해 방러를 통해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을 우선 추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그러나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과민 반응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면서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그것을 이후 실용주의적 차원에서 남북러 경제협력을 실현하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