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팥 평균 도매가격, 작년보다 44% 내려
올 여름 망고·인절미 빙수 열풍에 수요 줄어…풍작도 영향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국산 팥 가격이 지난해보다 하락하면서 한달 여 남은 동짓날, '저렴이' 팥죽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팥은 풍작에다, 올해 빙수 열풍이 팥을 비껴가면서 지속적으로 가격이 하락세다.
14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서 팥 80㎏상품의 10월 평균 가격은 46만7778원으로 지난해 10월 83만3519원보다 44% 하락했다.
도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매가격도 하락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팥(적두/국산) 1㎏의 소매가격은 평균 1만3518원으로 1년 전 1만9840원보다 32% 하락했다. 평년 가격(1만5034원)보다도 10% 낮다.
이에 따라 롯데마트에서는 팥(적두) 500g 1봉지를 지난해(9000원)보다 소폭 내려 8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도 팥 500g을 비슷한 가격인 8900원에 판매하고 있고 하나로마트는 산지별로 가격 차이가 있긴 하지만 1㎏당 1만원 중반대에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팥 가격이 하향세를 보이는 것은 공급은 많아진 반면,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간 '웰빙'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면서 적두, 서리태 등 콩류의 작물에 대한 수요가 늘고 가격이 치솟았다. 이에 높은 가격을 기대하고 콩류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난 데다 팥 농사가 풍작을 이루면서 가격이 더욱 하락하는 원인이 됐다.
올 여름 빙수 열풍이 팥을 비껴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대만에서 건너 온 '망고 빙수'를 비롯해 콩가루를 빙수에 응용한 '설빙'의 '인절미 빙수' 등이 인기를 끌면서 전통적 빙수인 '팥빙수'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시들해져 팥 소비 역시 줄어든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부터 팥이 저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팥 작황이 좋아 공급량은 늘어난 반면, 중국산과 국산의 가격 차이 탓에 일반 카페 등에서 국산 팥 소비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재배한 팥이 본격적으로 수확되는 12월 경에는 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하나로마트 관계자 역시 "인지도 높은 빙수 체인이 아닌, 개인이 차린 카페나 붕어빵 장수들은 중국산 팥을 쓰기 때문에 국산 팥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았다"며 "동지 때 가정에서 팥죽을 끓일 때는 국내산 팥을 쓰기 때문에 수요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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