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강원도 양양군 오산리 출토 토기 압흔(눌린 흔적)에서 신석기 시대인 7000년 전 팥 흔적이 발견됐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동북아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 중국, 일본에서 팥을 재배한 시기로 5000년 전이 가장 이른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로 2000년 더 이른 시기에 팥이 재배됐을 가능성이 확인된 셈이다.
최근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식물고고학을 통한 선사 시대 농경화 연구’의 하나로, 강원도 양양군에 있는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시행한 조사에서 이 같은 팥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팥(학명: Vigna angularis)의 압흔은 신석기 조기(8000~6500년 전)와 중기(5500~4500년 전)에 각각 1점이 확인됐다. 크기는 각각 2.2㎜, 2.8㎜ 정도로 현재의 팥(4~8㎜)보다는 작다. 팥 압흔이 확인된 토기 표면의 탄화유기물을 미국 베타연구소(Beta Analytic)에서 연대 측정한 결과, 7314~7189년 전으로 나왔다.
이처럼 신석기 조기부터 중기에 걸쳐 팥이 재배되는 과정에서 크기가 점차 커지는 재배화(栽培化, Domestication syndrome) 경향이 확인되면서 이번 발견은 농경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재배화란 야생식물이 인간의 개입으로 유전적 형질과 외형적 형태에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종으로 바뀌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와함께 양양군 손양면 송전리에서 발견된 점토 덩어리에서는 신석기 중기에 해당하는 곤충의 압흔이 확인됐다. 농업 해충으로 알려진 노린재목(학명: Hemiptera)에 속하는 곤충으로, 선사 시대 농경과 관련해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린재목 곤충은 노린재, 장구애비, 매미 등이 속하는 곤충강의 한 목으로, 노린재목의 곤충들은 뾰족한 주둥이를 갖고 있어 식물의 즙이나 동물의 체액을 빨아먹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곤충 압흔이 발견된 점토 덩어리와 함께 토기에서는 다량의 조, 기장, 들깨 압흔도 발견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신석기 중기에 와서 조, 기장 등의 잡곡과 들깨까지 직접 재배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신석기 시대 식생활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연구소는 앞으로 선사 시대 농경과 관련된 조사·연구를 지속해 종합연구보고서와 고고식물자료집 등을 2015년에 발간할 예정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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