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각박한 일상에 지구 '밖'을 신경 써야 하는 노곤한 세상이다. 잿빛의 디스토피아적 예언이 깜박이도 켜지 않고 불쑥 끼어들었다. 지구가 인류를 버린 것인지, 인류가 지구를 폐기한 것인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다. 명대사 '우린 답을 찾을 거야, 늘 그렇듯이'는 인류의 거대한 진보를 상징한다.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배경은, 감상평은 개운치 않다. 병충해, 흙먼지, 황사….
또 다른 예언이다. 지구 온난화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1961년 기준으로 60년 후인 2021년 지구 평균 기온은 1도 상승하고 2041년에는 2도, 2054년에는 3도, 2070년에는 4도 오를 것이란다.
10~20년에 1도씩이지만 결과는 참혹하다. 2023년에는 보르네오 열대 우림이 사라지고 2026년에는 몰디브가 수몰된다. 2049년에는 더위로 세계 노동력의 20%가 감소하고 2050년에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 우림 절반이 소멸한다. 급기야 2065년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을 버티지 못한 보험회사들이 파산한다고 신작 '미래는 어떻게 변해가는가'(박영숙ㆍ숀 함슨 공저)는 예측했다. 그러니 미래 우주시대를 대비해 절망이 아닌 희망을, 재앙이 아닌 부흥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그게 그리 쉬울까 싶다가도, 연일 지구로 귀환하는 우주 소식에 혼을 빼앗긴다. 10년 전 인류가 쏘아올린 혜성 탐사선이 마침내 무인로봇을 목적지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혜성이 어디쯤이냐면 지구로부터 5억8000만㎞ 거리다. 바로 옆동네 소식도 있다. 지구 중심에서 39만940km 떨어진 달이다. 유럽우주기구(ESA)가 사람이 살 수 있는 기지를 달에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꿈이 이뤄지면 인류는 마침내 '방아 찧는 옥토끼'와 이웃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달 탐사 쪽지예산'이 시끄럽다. 차기 대선이 치러지는 2017년 '달 탐사'에 나서겠다며 정부가 410억원을 쪽지예산으로 들이밀었다가 역풍을 맞았다. 학교 무상급식과 보육 축소 논란이 한창이 상황에서다.
우주 도전은 인류의 오랜 꿈이다. 우리 후손의 후손의 후손의 어느 세댄가는 실제로 어느 별에 이주해갈지 모른다. 다만, 바로 지금 지구에 발붙이고 곤궁하게 살아가는 처지에 바라는 것은 눈물겨운 '지구 안녕'이다. 지구 밖에 관심을 갖는 만큼, 보르네오 우림과 몰디브와 아마존과 우리 사회와 내 이웃을 각별히 챙겼으면 하는 것이다. 생명의 자궁에 건강과 희망과 평화를 이식하자는 말이다. 그것이 '중력'이란 이름으로 73억 인류를 품어안은 지구에 보답하는 길이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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