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목금금금'은 자수성가 입지적 인물들의 성공 스토리이지만 평범한 직장인들에게는 피곤한 일상의 상징이다. 일터가 직장이요, 요람이라는 입지적 인물들의 지독한 '일 사랑' 레퍼토리는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범인(凡人)들은 저 7음절을 듣는 것만으로 피곤이 몰리고 되뇌이는 것만으로 뒷골이 당긴다. 자의가 아닌 타의의 월화수목금금금이라면 더더욱 혈압 상승을 유발한다.
대한민국의 노동 강도는 세계 최고다. 직장인들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2011년 2090시간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다시 올라 지난해 2163시간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770시간은커녕 2000시간 벽을 허물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다. 출근 시간은 어찌 이리 빠르고 퇴근 시간은 왜 그리 더딘지.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까지 터지고 깨지다보면 심신 허약한 영혼은 하루에도 수십 번 숨이 넘어간다. 상처 입은 영혼을 겨우 이끌어 집에 도착하면 반기는 것은 불 꺼진 거실이거나 꼬리 흔드는 멍멍이거나. '저녁이 있는 삶'은 언감생심이다. 그런 삶을 내세웠던 어느 정치인은 실제로 저녁이 있는 삶을 주구장창 누리고 있으니 얄궂은 운명이다.
대한민국에는 슈퍼맘도 널렸다. 집에서는 엄마이자 아내로, 직장에서는 누군가의 동료로, 친정에서는 딸이며 시댁에서는 며느리로 1인다역을 소화하느라 눈썹이 휘날린다. 야근에 특근까지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면 또다시 소매를 걷어붙여야 할 것들이 '어서 옵쇼' 하며 반긴다. 쓸고 닦고 먹이고 치우다보면 새우잠 청할 겨우 몇 시간이 행운처럼 남는다.
슈퍼맨들의 삶도 안쓰럽다. TV에서는 남자아이 두셋을 거뜬히 건사하지만 현실에서는 아이들 등살에 허리가 휜다.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부리면 '슈퍼맨은 저리 잘 하는데 당신은 뭐냐'는 아내의 잔소리가 크립토나이트처럼 박힌다. 그러니 출연료 한 푼 없이 몸을 희생하는 수밖에. 피곤함을 먹고 사는 지독한 대한민국이다.
'지독하다'는 말은 각박한 현실을 상징한다. '피곤하다'의 이음동의어다. 하지만 그 지독한 근성이 아니면 무엇으로 우리 가족, 이 사회를 보살필 것인가. '빽도 없고 힘도 없는' 우리가 지독함마저 없으면 어디 가서 큰 소리를 친단 말이냐. 그러니 지독함을 부정할 일은 아니다. 근성을 부인해서도 안 된다. 다만 저 근성과 그 지독함이 삶의 질을 높여가는 방향으로 발현되기를 바라며 독~한민국 짝짝~짝~짝짝.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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