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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응원과 기도 '수능 한파'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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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응원과 기도 '수능 한파'도 녹였다 경복고 정문 앞 수험생들을 위해 학교 후배들이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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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대입수능 고사장 표정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유제훈 기자]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3일 오전 수능 고사장 입구엔 수험생들이 긴장된 모습과 함께 학부모, 교사, 후배 학생들의 응원이 펼쳐졌다.


오전 7시께 서울 청운동 경복고등학교 앞. 고사장 입장이 1시간 여 전이었는데도 학교 앞은 응원을 위해 새벽부터 집을 나선 후배 학생들로 북적였다. 일찌감치 시험장에 들어선 수험생 이모(19)군은 "긴장된다"며 "나올 때 미련이 없었으면 한다"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이내 고사장으로 사라졌다. 7시20분께가 되자 본격적으로 수험생들이 속속 입장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응원분위기도 점점 가열됐다.

"차렷! 경례! 용! 산!", "기가팍팍 기가팍팍 수능! 대박! 수능대박 환일고!", "선배님~ 잘생겼어요! 수능 대박나세요!". 경신고, 용산고, 환일고, 서울과학고, 중앙고 등 인근 학교에서 모여든 교사ㆍ학생들은 꽹과리ㆍ북ㆍ장구를 치며 미리 준비한 응원 구호를 외치거나 교가를 부르며 응원했다. 수험생들도 이들과 악수를 나누거나 더러는 서로를 껴안기도 하며 인사를 나눴다. 고교 2학년 신모(18)군은 "선배들이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내 차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선배들이 재수하시면 저희와 또 시험을 치러야 하는 만큼 좋은 결과를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정음(61) 경신고 교장도 "추운 수능날에 학생들이 고생하는데 교장이라고 따뜻한 곳에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응원 나오게 됐다"며 "실수 없이 시험을 치르길 바라고, 나올 때는 기쁜 마음으로 수험장을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재수생 친구를 고사장 안으로 보냈다는 대학생 권용준ㆍ마승태(20)씨는 "저렇게 후배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다"며 "시험 보러 간 친구도 지난 일 년 간 많이 외로워 보였는데, 시험 끝나고 나오면 같이 실컷 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새벽부터 응원과 기도 '수능 한파'도 녹였다 풍문여고 앞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나와 수험생들을 위해 응원하는 모습.


인근 고사장인 안국동 풍문여고 입구에서도 학생들이 새벽부터 나와 진을 치고 있었다. 배화여고, 성심여고, 서울국제고, 계성여고 등 후배학생들은 추운 날씨에 얼굴이 발개진 채 마치 경쟁하듯 응원에 열을 올렸다. "찰싹 붙어!", "현역 대입 재수없다!", "Show me the 만점!" 등 글귀가 적힌 피켓을 꽁꽁 언 손으로 든 이들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국제고 2학년 이초희(18)양은 "오늘 응원하기 위해 오전 5시 반부터 나와 있었다"며 "3년 동안 너무 고생 많았던 선배들 모두가 꼭 원하는 길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배화여고 3학년 부장교사는 응원을 리드하며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학생들마다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했다. 이 교사는 "초조해하고 긴장하기보단 수능날 이렇게 함께 긍정적으로 기를 불어주는 문화가 많아지고 있다"며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지 않는가. 교사와 학생들이 수험생들을 위해 응원을 즐기는 것은 그런 점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여전히 긴장되고 떨린 표정이 역력했다. 한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마음이 뭉클하다"고 말하며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딸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또 다른 수험생을 둔 아버지는 "아이가 침착하게 잘 하고 돌아와 줄 것"이라며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으며 기도했다.


이날 고사장과 가까운 거리 곳곳에는 경찰, 헌병, 해병대 전우회,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들까지 나와 있었다. 풍문여고 인근에서 만난 오토바이 동호회 회원 윤석현씨(50대)는 "10년 넘게 수능날 마다 고사장 앞에 나온다. 현재 60여명이 서울시내 고사장에 배치돼 있다"며 "고사장을 잘못 찾아오거나 입실시간에 늦은 학생들을 위해 대기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 수험생은 자신이 시험치를 곳을 풍문여고로 착각해 급하게 헌병차량을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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