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핀랜드의 휴대전화 업체 노키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사 브랜드를 단 첫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삼성과 애플이 장악한 고가 시장이 아닌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MS는 '루미아535'라는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이 전화기의 가격은 단돈 110유로(약 15만원)이다.
5인치 화면에 500만화소의 평범한 성능을 가진 이 전화기는 저렴한 가격에도 눈길이 가지만 노키아라는 브랜드를 찾을 수 없는 것이 더 화제다. 기존 노키아에서 스마트폰에 사용하던 '루미아'는 살아남았지만 실패의 상징이 된 노키아는 이제 MS의 전화기에서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MS의 로고가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MS는 지난 4월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인수할 당시 저가형 휴대전화에는 노키아라는 브랜드명을 10년간 사용하겠지만 스마트폰에는 제한된 기간만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첫 예가 루미아535가 됐다.
MS입장에서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2.5%에 그치고 있는 윈도폰의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결과가 노키아 브랜드 포기로 이어졌다.
MS는 이달 중 루미아 535를 유럽 시장에 출시한 후 전세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MS는 이를 통해 삼성이나 애플이 장악한 고가 시장이 아닌 저가 시장에 우선적으로 주력할 전망이다. 조사업체 메이슨의 엔리케 벨라스코 카스틸로 애널리스트는 "MS가 삼성과 애플과 반대된 시장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 주력해 자사의 어플리케이션과 PC 등과 연계해 확실한 기반을 마련하려 한다는 계획으로 평가된다.
이 전화기에는 MS가 인수한 무료통화 앱인 '스카이프'와 메모 프로그램인 '원노트'가 사전 탑재됐다. 운영체제는 당연히 윈도폰이다. 애플 시리와 같이 비서 기능을 할 수 있는 '코트타나'도 이 전화기를 통해 처음 선을 보이고 있다.
조사업체 IHS의 이언 포그 애널리스트는 "MS의 전략은 노키아가 강세를 보였던 유럽과 신흥국의 저가 시장에 집중될 것이다. 하지만 정작 MS의 고향인 미국에서는 인기가 없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MS의 전화기가 고가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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