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땅·불·돈' 화마에 휩쓸린 구룡마을을 떠도는 망령

시계아이콘01분 2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11일 화마가 휩쓸고 간 구룡마을 7-B지구. 출입 통제선 너머로 집의 형태는 사라지고 폭삭 내려앉은 나무 자재들과 집기들이 불에 그슬린 채 나뒹굴고 있었다. 삶의 고단함을 보여주는 듯한 리어카와 목재들 사이로 그을린 가스통이 위태롭게 곳곳에 놓여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브리핑을 하기 위해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세식 강남소방서장은 구룡마을에 대해 "쉽게 탈 만한 물건도 많은 데다 차량 진입도 어렵고 소화전도 멀리 있다"며 "소방관으로서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구룡마을을 방문한 한 시간 반의 시간은 구룡마을의 해묵은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간이었다. 안전문제를 방치한 채 대립에 골몰해온 시와 강남구는 잠시 싸움을 멈췄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꺼질 줄 몰랐다.

이날 오후 구룡마을을 찾은 박 시장은 화재 현장을 둘러본 뒤 "화재가 취약한 지역인데 충분히 방비가 안 됐던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 제대로 개발이 돼서 주거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것이 늦어져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구룡마을 이재민들에게 임시로 임대주택을 제공하겠으며 임대주택 조건이 안 되더라도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현장 방문 후 구룡마을 주민회관에 들어서자 주민들의 성토가 계속됐다.


유귀범 구룡마을 주민자치회 회장은 "아파트도 30년이 지나면 재개발을 하는데 여기는 낡은 목재들이 30년이 지나 삭아 화재위험이 크다"며 "6지구 같은 경우는 화재가 나면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강남구가 일부러 불을 내는 것 아니냐" "오늘 밤에라도 화재가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입주민들은 이번 화재가 시와 강남구의 싸움에 예견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와 강남구는 구룡마을 개발을 두고 각각 환지(換地) 방식, 100% 공영개발을 주장하며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개발방식 이견으로 시간을 끌다 화재 사망사고까지 발생하자 이날 만난 박 시장과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구룡마을 재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협의해서 이런 사고가 없게 하자"고 하자 신 구청장은 "연초에는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도록 시장님이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측이 원론적인 합의를 약속했지만 재개발 사업 추진이 실무적으로 될지는 미지수다. 구룡마을 개발 갈등의 이면에는 '돈'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부채 문제가 있는 시는 환지방식을 도입해 토지보상금 800억원을 줄이고자 한다. 강남구는 서울시 방식으로 하면 개발 예정지의 절반 정도를 가지고 있는 개인이 개발이익을 독차지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일부 이재민들은 언제 개발이 시작될지 모른다며 임대주택 제공도 거부하고 있다.


화재사고로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시와 강남구가 주민안전을 외면한 채 개발방식 선정에만 힘을 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세식 서장은 개발 방식 다툼으로 매년 화재 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삶도 그렇고, 안전문제도 그렇고 소방관으로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