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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에서] '여왕의 남자' 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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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와 5승 합작, 보너스만 1억원 돌파, 전문 캐디의 '아이콘'으로

[클럽하우스에서] '여왕의 남자' 서정우 서정우는 김효주와 함께 시즌 5승을 합작하며 보너스만 1억원 이상을 받아 국내 전문캐디의 새 시대를 열었다. 사진=백소아 기자 sharp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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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퀸메이커의 비결은 나만의 그린북."


'여왕의 남자' 서정우(29) 캐디다. 김효주(19)가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5승을 쓸어 담아 상금랭킹 1위(12억원)를 확정했고, 서정우 역시 보너스만 1억원을 훌쩍 넘겨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전문 캐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최근 그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까닭이다. 3일 아시아경제 본사에서 서정우를 만나 직업 캐디의 세계를 살펴봤다.


▲ "프로지망생에서 전문 캐디로= 서정우가 최경주(44ㆍSK텔레콤)의 완도중학교 역도부 후배라는 점부터 이채다. 광주체고 2학년 때 KLPGA투어를 뛰던 누나 서정희(32)를 따라 골프로 전향했다. 누나가 속해 있던 레이크사이드골프장에서 당시 윤맹철 회장을 만난 게 인연이 됐다. 윤 회장은 "체격을 보니 동생이 골프에 더 적합하다"며 연습공간 제공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하루에 12시간이 넘도록 엄청나게 연습했다"는 서정우는 "정말 재미있었다"며 "하지만 연습량이 많았던 만큼 골프에 소질이 없다는 것도 곧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결국 골프 입문 3개월 만에 누나의 캐디가 됐다. "백이나 들어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첫 라운드를 끝내고 '그린을 잘 읽는다'는 칭찬을 받았다"며 "2년간 누나의 캐디를 맡았다"고 소개했다.


사실 대회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가능했다. 이후 경기대 체육학과에 입학했고, 군 복무를 마친 2005년부터는 송채은(42)과 강경남(31)의 백을 멨다. "직업이라기보다는 의리가 캐디를 시작한 동기가 됐다"는 서정우는 "우승도 해 본 사람이 더 잘 한다고 경험이 쌓일수록 노하우가 점점 늘었다"며 "소득이 없었던 나에게는 용돈벌이까지 덤이었다"고 했다.


[클럽하우스에서] '여왕의 남자' 서정우 서정우가 대회를 앞두고 선수를 위해 직접 만드는 그린의 경사도.



▲ "손수 만드는 그린북이 비밀병기"= 이제는 월드스타가 된 배상문(28ㆍ캘러웨이)과 2010년 SKT오픈 우승을 합작했고, 2012년 여름부터는 장하나(22ㆍ비씨카드)와 호흡을 맞췄다. "상반기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가 하반기에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다"며 "스윙 교정 중이 완성돼 가는 시점이라 내게는 오히려 행운이었다"고 자신을 낮췄다. 실제 역량은 출중했다. 장하나는 이듬해 3승을 수확하며 상금퀸에 등극했다.


김효주의 그림자로 '퀸메이커'가 된 올해가 하이라이트다. 장하나와 결별한 뒤 김효주 쪽의 제안을 수락했고, 첫 경기였던 일본 야마하레이디스에서 10위에 올랐다. "대회 직전 내가 만든 그린북을 보여주며 사용해 보겠냐고 물었더니 효주가 '좋다'고 했고, 톡톡히 효과도 봤다"고 했다. 선수들이 프로암 경기를 치르는 날 동료캐디 몇 명과 팀을 이뤄 비어 있는 홀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이유다.


그린북은 한 그린을 여러 구역으로 쪼개 경사를 등고선처럼 세밀하게 그린다. 일본에서는 골프장에서 제작해 팔기도 한다. 혼자 힘으로 그린 전체를 읽는 게 불가능해 동료캐디들과 의기투합했다. 초기에는 손그림으로 그리다가 올해부터는 이 그림을 아예 컴퓨터로 옮겨 선수가 보기 좋게 만들었다. 품이 많이 드는 만큼 효과는 컸다.


[클럽하우스에서] '여왕의 남자' 서정우 김효주와 캐디 서정우. 사진=KLPGA 제공



▲ "나도 연습하는 이유"= 경기가 없는 날은 연습에 매진한다. "내가 플레이 경험이 많아야 선수 입장에서 코스를 공략할 수 있다"는 지론 때문이다. 다양한 상황에서 연습을 해두면 실전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선수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다. 요즈음은 '김효주의 캐디'라는 이유로 동반 플레이를 요청받는 경우도 많다. 평균 스코어는 70대 초반, 캐디로는 드물게 김효주의 골프용품 스폰서인 요넥스로부터 모든 클럽을 지원 받는다.


특정 선수와 계약하면 모든 스케줄을 선수에게 맞춰 움직인다. "라운드마다 서로 다른 선수의 기분과 컨디션을 잘 파악하고, 여기에 맞춰 코스 공략 등 조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캐디의 덕목 중 첫 번째는 바로 인내심"이라고 꼽았다. 김효주가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로 진출하면서 일찌감치 다른 선수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는 서정우는 "아직 시즌이 남아 있고 내년에 어떻게 되든 지금은 김효주에게만 집중하고 싶다"며 "이 부분만큼은 매 샷에만 집중하는 김효주와 성향이 비슷하다"고 새 보스에 대한 세간의 궁금증을 일축시켰다. 서정우가 조연으로만 평가절하되는 전문캐디 영역에 새로운 직업 가치를 불어넣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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