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국제 유가의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80달러가 무너진 이후 추가 하락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뉴스 CNBC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59달러(2.02%) 떨어진 배럴당 77.19달러에서 마감했다. 2011년 10월4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도 배럴당 82.82달러에 거래돼 이 역시 2010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향 원유 수출 가격 인하가 미국 셰일오일 생산 감소를 노린 전략이고, 산유국들이 감산 없이 가격 할인 전쟁이 본격화된다면 유가가 배럴당 30~50달러까지도 추락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경우다. 진 맥길란 트레디션에너지 애널리스트는 80달러가 붕괴된 유가의 다음 지지선을 74달러로 제시하면서도 얼마나 더 유가가 떨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는 지난달에만 12%나 떨어졌고, 올해 전체 낙폭은 20%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80달러가 붕괴된 유가가 일단 70달러 전후에서 바닥 다지기 시도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석유시장 분석업체인 개스버디닷컴의 톰 클로자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상승 보다 하락 압력을 더 많이 받고 있다"면서 "유가가 추가 10% 하락하는 선에서 바닥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컨설팅 기관 에너지 애스팩츠의 도미닉 헤이우드 애널리스트는 "어떤 상황이 닥치든 유가가 70달러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 상황에서 유가 하락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것은 오는 27일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석유장관 회의에서의 감산 합의 여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맥스 데너리 원자재 담당 전략가는 "27일 회의에서 산유국들이 하루 생산량을 30만~50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하더라도 유가 하락을 막는 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70만~100만배럴 정도 감산해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WTI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으로 떨여져야 미국도 셰일오일 생산 감소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이런 후에야 75달러선에서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도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WTI 가격 전망을 내년 1분기 75달러, 2분기 70달러로 제시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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