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아이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지난 27일 올라온 동영상의 주제다. 여자 펜싱 선수를 자녀로 둔 어머니가 제작한 이 영상은 고교 진학 문제로 어려움에 처한 중학생 선수 세 명의 사연을 담고 있다. 수원 동성중학교에서 에페 선수로 함께 운동하는 3학년생 함수민, 박민경, 김명선(이상 15) 양의 이야기다.
이들은 펜싱부가 있는 효원고등학교로 진학해 운동을 지속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효원고로부터 펜싱부를 없앤다는 통보를 받았다. 특기생 신청서를 접수하는 9월을 불과 두 달 남기고 날아든 예상치 못한 소식. 효원고에서는 "너무 많은 운동부를 운영하고 있어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학교는 양궁, 볼링, 펜싱, 골프와 함께 지난해 6월 수영부를 창단해 다섯 종목의 운동부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머니들은 효원고는 물론 시도 교육청과 체육회 등을 오가며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관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민원을 넣고 읍소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같았다. "운동부 운영과 관련된 모든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다." 효원고 펜싱부는 전국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런 팀에는 선수가 가려 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운동부를 없애는 학교가 적지 않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황당하다. 함수민 양의 어머니 김경순 씨(43)는 "6월 말 효원고 감독이 진학 의사를 묻고 신입생이 오면 펜싱부를 존속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만에 학교장의 결정으로 폐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도 뾰족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왕복 세 시간 거리의 화성 지역으로 진학하거나 여자 사브르 팀을 운영하는 S고등학교로 종목을 바꿔서 가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에페 종목에 전념하던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동성중 펜싱부의 김영아 코치(42)는 "학기 초에라도 정확한 얘기를 해줬더라면 다른 방안을 찾았을 것이다. 갑작스런 결정으로 운동에만 전념했던 아이들의 진로가 막막해졌다"며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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