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문 여는 '대호'·뒷문 닫는 '승환'…재팬시리즈 코리안시리즈로 바꾼 동갑내기 두 남자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이대호(32ㆍ소프트뱅크 호크스)가 한 발 앞서 나갔다. 프로야구 일본시리즈 우승의 분수령이 될 3차전에서 안타 세 개, 타점 두 개로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그 장면을 오승환(32ㆍ한신 타이거즈)은 마운드가 아닌 벤치에서 지켜봤다.
이대호는 28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 오크돔에서 열린 한신과의 일본시리즈 3차전에 4번 타자겸 1루수로 선발 출장,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1승을 추가한 소프트뱅크는 7전 4선승제 승부에서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 JS 3G 연속 타점…놀라운 '빅보이' = 4차전에서도 이대호는 4번 타순에서 경기를 준비한다. 한국에서 롯데 소속으로 뛰는 동안 한 번도 껴보지 못한 우승 반지를 손에 넣기까지 2승이 남았다. 일본시리즈 세 경기에서 모두 타점을 올릴 정도로 방망이 감각은 좋다. 이대호는 지난 25일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1타점, 26일 2차전에서는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을 올렸다. 특히 2차전 1-0으로 앞선 4회초 1사 뒤 나온 솔로홈런은 팀의 2-1 승리에 결정적인 한 방이 됐다.
이대호도 욕심을 내고 있다. 3차전 안타 세 개를 치며 활약한 기억보다 다섯 번째 타석 헛스윙 삼진을 더 아쉬워했다. 이대호는 팀이 5-0으로 앞선 8회말 2사 2ㆍ3루 득점기회에서 한신 네 번째 투수 사이우치 히로아키(21)에 공 네 개 만에 삼진을 당했다. 경기 뒤에는 "삼진보다 적시타나 홈런을 쳤어야 할 기회였다"고 했다.
이대호는 일본시리즈 3차전까지 타율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그가 안타와 타점을 올린 2ㆍ3차전에서 소프트뱅크는 모두 이겼다. 이대호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타석에서의 집중력. 특히 득점기회에서 타석에 나갈 때는 좀 더 정확한 스윙에 집중한다. 일발장타보다는 한 점을 낼 수 있는 스윙이 팀 승리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주자를 불러들이는 것이 중심타자의 역할"이라며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다. 주도권과 흐름 싸움이 중요하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유리한 승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 두 경기째 '개점휴업'…준비는 됐다 = 오승환은 뒷문을 걸어잠글 준비를 마쳤다. 문제는 한신이 2ㆍ3차전에서 지는바람에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승환은 클라이맥스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대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파이널스테이지(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한신이 한 여섯 경기에 모두 등판했고, 일본시리즈 1차전에서도 1이닝을 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포스트시즌 경기에 오승환이 두 경기 연속 나오지 않자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산케이스포츠 등 현지언론도 28일 경기 뒤 "오승환이 등판하지 않은 한신의 포스트시즌 경기는 어색하다"고 보도했다.
한신이 진 두 경기에서는 타선이 주춤했다. 모두 안타 다섯 개씩 치는 데 그쳤다. 이번 포스트시즌에 한신 와다 유타카(52) 감독의 경기 방식은 '지키는 야구'다. 이기고 있다면 끝은 오승환의 담당이다. 오승환은 "나는 마무리투수 가운데 비교적 몸이 빨리 풀리는 편"이라며 "등판해야 할 상황이라면 언제든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두 팀 간의 일본시리즈 4차전은 29일 오후 6시 30분 소프트뱅크의 홈구장인 야후 오크돔에서 열린다. 5차전까지는 소프트뱅크 홈에서 경기가 열리고 6ㆍ7차전이 필요하면 장소는 한신의 홈구장인 고시엔 구장으로 바뀐다. 여기에 아직까지 보지 못한 장면 하나. 마운드와 타석에 동시에 선 오승환과 이대호의 모습이다. 오승환이 마무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선수의 맞대결은 가장 긴장감 높은 상황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시리즈를 지배하는 두 한국인의 승부가 우승컵의 향방도 가를 것이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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