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1000년 더 거슬러 올라가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극한의 고도에 인류는 언제부터 살았을까. 아주 오래전부터 히말라야, 안데스 산맥, 에티오피아 고원 등 높은 지대에 인류는 거주해 왔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결과에서 밝혀진 것이다.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극한의 고도에 인류가 살기 시작한 것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1000년 이상 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만2800년 전에 인류는 고도에서 이미 살아왔다는 것이다.
고대 아메리칸 인디언으로 부르는 '펠리오인디안'들은 안데스 산맥의 4500m의 높은 산악지대에서 바위에 은신처를 만들고 돌 기구를 만들어 사냥하면서 살아왔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지금과 같은 과학이 발전한 시대에는 고도에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면 원시 시대에는 쉽지 않았다. 아무런 과학적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저산소증은 물론 매서운 추위, 높은 방사능 노출 등 수없이 많은 위험과 맞서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에도 1만2800년 전에 인류가 4500m의 높은 지대에서 살았다는 것은 새로운 발견이다.
그동안 고고학자들은 수림한계선 위로 인류가 살았을 가능성은 높게 보지 않았다. 먹을 식물이 없고, 캠프파이어를 만들 숲을 찾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초기 고고학적 연구결과를 보면 1만5000년 전 티베트에서 높은 지대에 살았던 인류의 증거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 고도는 그러나 3500m 이하의 고도였다. 이번에 발견된 펠리오인디안의 경우 4000m 이상의 고도에서 살았다는 것이어서 관심의 대상이다.
메인주립대학을 졸업한 쿠르트(Kurt Rademaker) 등 두 명의 연구자는 23일(현지 시간) 이 같은 사실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해당지역에서 물고기 모양을 한 화살촉을 발견했다. 이 화살촉은 4355m 지점에서 발견됐고 1만1500년 전보다 더 오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펠리오인디안이 남아메리카에 도착한 이후 높은 지대에서 '라마'와 같은 동물을 사냥하며 살았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몇 년 동안 진행된 안데스 산맥의 현장 조사에서 연구자들은 수백 개의 돌기구 등을 찾아냈다. 또 돌에 새긴 예술 작품과 그을음으로 덮여 있는 천장 등도 발견했다. 낮은 지역에서 재배했을 가능성이 있는 식물을 찾아냈고 사슴의 뼈도 발견됐다. 당시 이곳에 살았던 인류는 사냥을 하면서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발견된 유적에 대해 탄소 방사성 동위 원소 측정결과 약 1만2000년~1만2400년의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은 극한의 고도에서 인류가 살았던 연도를 정확하게 말해주는 증거"라며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인류는 고지대에서 생활해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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