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카지노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검사 업무가 민간 자율에 맡겨진 뒤 외국인전용카지노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의심스러운 현금거래를 보고하지 않는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서울 중랑을)이 GKL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금융정보분석원(FIU) 보고건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FIU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종결한 의심스러운 거래(STR) 건수는 2012년 266건에서 지난해 427건, 올해 들어 상반기에만 588건으로 급증했다.
GKL은 2012년 177건의 의심스러운 거래를 보고하면서 266건의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해서는 자체종결했다. 지난해의 경우 보고는 200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자체종결 건수는 42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 보고는 242건, 자체종결은 588건으로 2012년 대비 자체종결 건수가 배 이상 불어났다.
박 의원실은 “GKL의 재무회계팀에서 외부 보고 대상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자체 종결한 것”이라며 “특히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가 FIU의 카지노사업자의 자금세탁방지의무 이행에 대한 검사를 위탁받은 시기에 GKL의 STR 자체종결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부실검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카지노 사업자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상 금융회사로 분류돼 불법재산 등으로 의심되는 거래의 경우 지체없이 FIU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는 앞서 인력문제 등으로 관련 업무를 넘길 곳을 찾다가 지난해 2월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가 자율점검토록 했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FIU가 협회에 검사업무를 맡긴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GKL은 또 유흥업소까지 동원한 고객유치활동, 크레딧 거래의 현행법(외국환거래법) 위반 소지로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막말 논란으로 창립멤버 임원이 직위를 내놓기도 했다.
박 의원은 “카지노의 자금세탁방지 검사 업무를 카지노협회에 맡긴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거나 마찬가지”라며 “FIU가 검사 업무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GKL 관계자는 “의심스런 거래건수 급증은 검증 강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추출 유형을 추가한 영향 때문”이라면서 “자체종결 건수는 앞서 FIU 판단 선례에 비춰 결정한 것으로 전체 건수가 늘면서 함께 늘어났다”고 해명했다.
한편 GKL은 올해 상반기 전년대비 20% 감소한 678억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 역시 3.4% 감소한 2558억원에 그쳤다. 반기보고서 공시 전후로 4만원대를 오가던 주가는 전날 종가기준 3만77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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