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북한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에드워드 제프리 파울씨를 21일 전격 석방한 데 대해 대미 대화의 신호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케네스 배 등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두 사람이 아니라 죄과가 경미한 사람을 북미 간 협상 없이 북한이 일방으로 석방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파울씨는 지난 4월29일 북한에 입국해 함경남도 청진을 여행하던 중 성경책을 호텔에 두고 나온 혐의로 5월7일 출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2일 북한의 파울씨 전격 석방과 관련, "북미 양측 간 사전 협의를 거쳐 나온 것 같지 않다"면서 "북한이 미국에 대화를 제의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이 당국자는 이날 아시아경제신문과 가진 통화에서 "현재 우리가 가진 정보와 언론보도를 보면, 북한이 일방으로 풀어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미관계에서 새로운 흐름의 시작일지라도 후속으로 북미 간 협상이 있고, 남은 억류 미국인 2명이 나온다는 등의 결과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다"고 신중하게 말했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재판을 통해 6개월째 억류하고 있는 미국인 관광객 매튜 토드 밀러에게 6년 노동교화형을, 2012년 11월 방북한 케네스 배에게는 지난해 4월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각각 선고했다.
미국은 이들의 석방 협상을 위해 여러 차례 고위급 특사 파견을 제의했지만 북한은 이를 모두 거부했다. 북한은 대통령급 특사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파울씨를 석방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뒤 북한의 요구대로 군용기를 보내 그를 데려왔을 뿐이며, 미국 정부도 현 시점에서 북한의 정확한 석방배경·의도 등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울씨를 데리러 북한에 간 미국 군용기에 미국 정부 당국자는 아무도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파울씨를 데려오기 위한 미국 군용기의 북한 방문 계획을 언론발표 이전에 우리 측에 사전에 알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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