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부패의 뿌리, 낙하산 인사

시계아이콘01분 44초 소요

[충무로에서]부패의 뿌리, 낙하산 인사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AD

국정감사에서 KB금융지주 사태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유력 후보였던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이 탈락하면서 누가 새 KB금융지주 회장이 될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주 전산기 시스템 변경을 추진하면서 심각한 갈등을 보인 주된 요인 중의 하나가 낙하산 인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를 비롯한 주요 직책의 적임자를 선거 과정을 통해 뽑는 민주주의 절차상 지지해 준 사람들에 대한 보은 인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서 선출ㆍ임명된 사람들이 물의를 빚는 경우 낙하산 인사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낙하산 인사에 대해 더욱 민감해진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다. 억울하게 생명을 빼앗긴 사람들, 특히 미처 피지도 못한 채 진 어린 생명들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조리와 불합리로 인하여 단 한 명의 실종자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너무도 아쉬운 점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세월호 사고의 기저에는 현직 및 퇴임 관료들과 산하기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로 인해 초래되는 조직의 비효율성 및 비도덕성, 이른바 '관피아' 문제가 깔려 있다.


사실 어느 조직이나 사회이든지 힘있는 자들과 그들의 연결망이 자원을 더 많이 차지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사회의 기강이 무너지고 시스템의 비효율이 누적된다면 모든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건국 초기 인물들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며 존경을 받는 이유는 이들이 미국이라는 새로운 국가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기존 질서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거부하며 신대륙 아메리카로 건너온 사람들의 후예인 이들은 기존 질서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국가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삼권분립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물이 한 곳에 모여 고이면 썩게 마련이고 권력이나 이권도 한 곳에 모이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 사회는 관피아에 더하여 정피아, 해피아, 교피아, 전피아, 노피아 등 별의별 신조어가 다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관예우는 개인의 능력을 조직에 필요한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낭비시킴으로써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비효율을 불러오는 핵심적인 국가 문제다.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도 방만경영 해소, 부채감축 등 여러 개선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유능한 경영자를 선임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전관예우를 근절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길이다. 국제투명성기구에 따르면 한국의 부패지수는 2010년 이후 매년 하락해 지난해 세계 177개국 중 46위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27위에 해당하는 하위권이다. 아시아 경제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의 부패 정도는 최악이다.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던 때가 지나고 점차 다시 일상의 상태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세월호 사고를 잊지 않고 가슴 깊이 새겨 국가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국가 대개조 발언도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로 대표되는 부패 문제는 한 번에 고쳐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우리의 사고방식 및 사회 시스템의 문제이므로 긴 호흡으로 지속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미래에는 출신ㆍ정권과 관계없이 능력있는 인사가 공정한 기준 및 과정을 거쳐 발탁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