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젊음은 진(JEAN)했다'…청바지의 모든 것

시계아이콘02분 0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젊음은 진(JEAN)했다'…청바지의 모든 것 청바지
AD


'젊음은 진(JEAN)했다'…청바지의 모든 것 청바지


내년 2월23일까지 민속박물관 청바지 특별전
영화 '맨발의 청춘' 청바지 붐 촉발
가수 양희은 데비앨범 재킷서 반향
일상복 넘어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누구나 한 벌 이상은 가지고 있을 법한 '청바지'. 매년 전 세계적으로 18억장이 팔려 나간다는 청바지는 지구촌의 보편적 의류가 됐다. 미국에서 골드러시 붐이 일었던 시기 광부들의 작업복에서 출발해 160여년의 역사를 지닌 청바지는 노동자ㆍ페미니스트 그리고 자유ㆍ청춘ㆍ반항의 아이콘에서 현대인의 일상복이 되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바지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군들의 작업복으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정확히 최초의 청바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과 다르게 과거 청바지가 사람들의 시선을 주목시키는 '젊음'과 '저항'의 상징이었단 사실은 7080세대들의 증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음악다방과 생맥주집, 롤러스케이트장을 드나들 때 입어야 하는 옷이 '청바지'였고, 이후 '힙합' 황금기가 도래한 90년대 춤추는 자들은 모두 헐렁한 청바지를 소화해내야 했다. 서서히 한국의 옷 문화를 점령한 청바지는 일상복으로 입지를 갖춰 나갔다.
 

'젊음은 진(JEAN)했다'…청바지의 모든 것 우리나라 최초의 청바지 남성 모델 이재연씨가 제공한 광고영상. 청춘의 상징인 청바지가 가족들의 야외 활동복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볼수 있다.


'젊음은 진(JEAN)했다'…청바지의 모든 것 양희은 데뷔 음반


이처럼 시간의 켜를 간직한 청바지에는 기성세대들의 추억이 묻어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청바지 모델 이재연(현 모델라인 회장ㆍ68)씨는 고등학교 때 몰래 극장에 들어가 봤던 영화 '맨발의 청춘'에서 청바지를 처음 만났다. "신성일씨 하고 트위스트 김, 이분들이 진바지를 입고 연기하는데 '오! 저 바지가 뭐야?, 저걸 구해야지' 싶었어요. 여기저기 물어보니까 남대문 구호물자 시장에 있다고 해서 두 세 번 갔는데도 구할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강원도 원주에서 왔는데 이 진을 꼭 구하고 싶다'라고 특별히 부탁해 가게에서 바지를 구할 수 있었죠."


70년대 청춘의 아이콘인 가수 양희은씨의 회상은 이렇다. "선배들한테 오빠란 소리가 안 나와서 '형'이라고 그랬어요. 그러니까 '이건 뭐야? 도깨비 같은 게 만날 청바지 입고 다니고. 저 뭐야 말괄량이 같은 기집애'라고 놀렸죠." 청바지가 대학문화의 상징이긴 했지만 여학생들에겐 여전히 낯설었던 것이다. 청바지와 기타를 배경으로 디자인 된 양희은의 데뷔앨범 재킷은 당시 파격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이렇게 40대 이상 여성들에겐 어린 시절 청바지 입는 것을 주변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증언이 많다. 종갓집에서 태어난 60세 여성은 중학교 시절 참고서 살 돈을 빼돌려 청바지를 구입하다 "도대체 사대부 집안에 어디서 그런 옷을 입고 다니냐"며 부친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아버지는 청바지를 아궁이에 넣고 태워 버리기까지 했다.
 

'젊음은 진(JEAN)했다'…청바지의 모든 것 독일 부텐하임의 리바이 스트라우스 박물관


이 같은 청바지와 관련한 다양한 사연들이 각종 영상과 전시물을 통해 '청바지 특별전'이란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민속박물관의 전시장은 청바지를 주제로 한 500여명과의 인터뷰, 국내외에서 수집하고 대여한 청바지 1000여벌, 청바지와 관련된 여러 나라의 역사와 자료 등 '청바지의 모든 것'으로 꾸며져 있다. 쇠락해 간 섬유도시였던 구(舊) 라시키시 고지마 지구가 일본 청바지 발원지라는 점을 착안해 명소가 됐다는 얘기, 부녀자가 청바지를 입으면 '몸파는 여성'이라고 여기는 인도 칸누르 지역, 지난 2009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백화점에서 팔았던 북한 청바지 '노코진스' 등이 특히 눈에 띈다.


청바지의 창시자인 독일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생가 박물관의 자료들도 볼 수 있다. 이젠 잘 알려진 얘기지만 그의 '청바지 발명기'는 여전히 흥미롭다. 스트라우스는 어린 시절 귀족의 딸과 사랑에 빠졌지만 여자 측 가족들의 반대로 애인과 헤어지게 됐고, 여기에 유대계로 겪는 차별과 가난까지 겹치자 골드러시가 한창인 미국 서부로 건너갔다. 포목업에 뛰어들어 천막 천을 생산하던 스트라우스는 어느 날 납품 계약이 파기돼 천들을 폐기해야 할 위기에 처했지만 이를 활용해 바지를 만들어 광부들에게 팔았다. 그런데 이것이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니, 바로 청바지의 시초가 된 것이다.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나라와 민족을 막론하고 어울릴 수 있는 인류 공통의 문화요소인 청바지의 역사, 사회상을 구술과 자료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근현대 자료를 모으는 게 의외로 어렵다는 것을 이번 전시 준비를 하며 새삼 느꼈다"면서 "전시를 감상하면서 무엇보다 물건들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고 마는 것이라는 것, 또 내가 가진 물건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깊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2월 23일까지. 02-3704-3114.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