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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PG]앞 못보는 그의 등 뒤엔 조국과 아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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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장애인AG 볼링 혼성 개인전 金…아내 김난희씨, 사비로 세계대회 동행하며 내조

[인천APG]앞 못보는 그의 등 뒤엔 조국과 아내가 있다 김정훈(왼쪽)이 2010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볼링 2관왕 달성 뒤 아내 김난희 씨와 찍은 기념사진. 김정훈은 이번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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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여보, 고마워. 모두 당신 덕이야."

금메달리스트는 우승하자마자 아내를 찾았다. 손을 꼭 부여잡았다.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그동안 내가 많이 까칠했지?" "알긴 아네?" 돌아오는 농담에 남편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는 듯 능숙하게 아내를 감싸 안았다.


종합대회에서 이룬 세 번째 금메달이다. 김정훈(39ㆍ경기도장애인볼링협회)이 안양 호계체육관에서 19일 열린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볼링 혼성 개인전 전맹(TPB1) 경기에서 793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광저우대회 2관왕(개인전ㆍ2인조)의 기세를 이으며 아시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10대 시절 망막색소변형증을 앓은 김정훈은 앞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레인 옆에 설치된 가이드라인을 잡고 경기를 한다. 그는 철제 기둥 이상으로 아내 김난희(36)씨에게 의지한다. 그의 매니저이자 코치이자 가장 열성적인 팬이다. 김난희 씨는 이날도 남편의 공을 닦아주며 선전을 기원했다.


부부는 시각장애인용 머드게임(통신상에서 여러 명의 사용자가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사용자와 운영자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남편이 게임을 일부러 서투르게 하는 줄 알고 벌칙을 줬는데 그걸 계기로 싸우다가 오프라인에서 만났다. 만나서 오해를 풀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3년여의 열애 끝에 둘은 부부가 됐다. 부모의 반대 등으로 혼인신고만 했지만 알콩달콩 가정을 꾸려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볼링공을 잡은 건 안마사로 일하던 남편이 2002년 건강이 나빠져 일을 그만두면서부터다. 기분 전환을 위해 선 레인 앞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남편의 적응력이 남달랐다. 처음 몇 달은 내가 많이 이겨서 설거지를 피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릇을 나 혼자 닦고 있더라. 상대가 되지 않았다." 타고난 승부욕이 더해져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김난희 씨는 "2004년부터 이듬해까지 나간 시각장애인대회에서 계속 아깝게 4등으로 밀렸다. 남편이 약이 오른다며 생업을 내팽개치고 훈련에 몰두했는데 2006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시각장애인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기어코 1등을 했다. 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네 개나 땄다."


우수한 기량 덕에 그는 국내 시각장애인 최초로 실업팀에 입단했다. 지난해 창단한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직장운동부에서 볼링에 전념하고 있다. 아내는 어떤 보수도 없이 코치 역할을 한다. "부부끼리 운전을 가르치면 안 된다고 하잖아요. 우리가 딱 그랬어요. 생각처럼 공이 굴러가지 않아 답답해하면 남편이 '너도 한 번 눈감아보고 쳐봐'라며 성을 냈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투면서 정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원수처럼 다퉈도 금방 풀어요." 금메달을 딴 이날도 부부는 티격태격했다. "왜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어." "평소만큼 치지 못했잖아." "그래도 1등인데 울상을 지으면 어떡해."


잔소리가 심한 아내지만 김정훈은 늘 미안해한다. 아내의 고생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난희 씨는 남편의 경기를 돕기 위해 생업을 잠시 내려놓았다. 동행에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따른다. 그러나 정식코치도 매니저도 아니기에 사비를 들여 국제대회를 따라다녀야 한다. 숙소, 식비 등의 경비도 마찬가지. "제가 따라가지 않으면 다른 선수들이 남편을 챙겨야 해요. 남편의 경기에도 문제가 생기겠지만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게 되잖아요. 주위에서 금메달을 부러워하지만 실상은 아직 암담해요." 김정훈은 광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2관왕에도 포상금 한 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볼링공을 놓지 못한다. "대가도 없는 걸 왜 하냐고 많이들 물어요. 답은 간단해요. 나라의 명예를 드높이는데 우리 같은 부부도 일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김정훈은 이번 대회에서 남은 2인조와 3인조 단체전에서도 정상에 올라 3관왕을 이루려고 한다. 세계무대로 진출할 날도 꿈꾼다. 그는 힘주어 말했다. "볼링이 패럴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곳에서 꼭 첫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습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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