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종료 결정을 연기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임스 블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6일(현지시간)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양적완화 종료결정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FRB 내부의 고위 인사로서는 처음으로 양적완화 연기를 공론화하고 나선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블라드 총재는 이날 하루에만 두차례에 걸쳐 양적완화 종료 연기론을 역설했다. 먼저 블룸버그 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하지만 최근의 유럽 경제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금융 시장에 혼란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이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이는 중앙은행이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이며, 이 때문에 (FRB가) 양적완화 종료를 늦추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서도 최근의 불안정해지고 있는 경제 환경을 감안해 “현재 진행 중인 양적완화 종료 절차를 잠시 멈추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FRB는 오는 28~29일 열리는 FOMC에서 150억달러(15조9300억원) 상당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중단시키면서 3차 양적완화를 완전 종료한 뒤 본격적인 긴축 모드로 전환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경제성장 둔화를 필두로 글로벌 경제의 부진이 미국 경제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스탠리 피셔 FRB 부의장은 이미 지난 11일 금리 인상 신중론을 제기한 바 있다. 블라드 총재의 발언도 이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지난 달 19일만해도 “10월 FOMC에서 양적완화 종료 결정이 내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의 경제 환경이 이미 급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블라드 총재의 발언이 알려지자 마침 하락중이던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투자자들의 환영을 받은 셈이다.
이에따라 10월 FOMC에서는 변화된 경제환경과 FRB의 긴축 로드맵의 적절성을 놓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은 FRB가 예정대로 양적완화 종료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더 많다. 재닛 옐런 의장도 지난 주말 한 모임에서 “최근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 속에서도 미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며 낙관론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블라드 총재는 현재 FOMC에서 투표권이 없는 지위여서 통화정책 표결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남은기간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위기감이 증폭될 경우 양적완화 종료 연기를 비롯한 속도조절론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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