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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축제, '자유'와 '빈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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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복장규제부터 연고전까지…'자유와 패기' vs '상상력의 빈곤'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10~11일 열린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 친선 스포츠 대회이자 연례 최대 축제인 '연고전(홀수해는 고연전)'이 사상 최초로 고려대의 5:0 전승으로 마무리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 발행된 고려대학교 주간 학보인 '고대신문'은 "5승, 고연전의 역사를 새로 쓰다"라는 헤드라인으로 1면을 장식했다. 축제 문화가 풍성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가을 캠퍼스를 떠들썩하게 하는 대학 축제는 나름의 전통에 변화를 더해가며 젊은이들의 문화를 녹여내고 있다. 올해는 숙명여대 총학생회의 '의상 제재'로, 최근 몇년 새 논란을 이어왔던 '선정성' 문제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유난히 뜨거워지기도 했다. '그들만의 리그'라는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은 연고전과 관련한 오랜 비판도 여전하다.


◆축제니까, 하루쯤은?= 연고전의 경우 경기가 끝나면 학생들이 잠실과 신촌, 안암 거리에 몰려가 일대를 누비며 응원전을 펼친다. 학과나 동아리별로 어깨를 잡고 길게 늘어서는 '기차 놀이'도 잘 알려져 있다. 이 '기차'는 주변 상점에 들어가 공짜로 술이나 안주를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 기차놀이 문화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아 왔다. 이날 학생들의 출입을 피하기 위해 문을 일찍 닫아버리는 음식점은 '영원히 문을 닫게 된다'는 전설(!)은 상권 자체가 학생들에게 의존하는 구조로 돼 있는 주변 상인들에게는 무시 못할 얘기다.

이렇게 주변상가에 무료로 음식이나 술을 요구하는 문화에 대해서는 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 왔다. 고려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권모(25)씨는 "요즘은 학과나 교우회에서 몇몇 가게에 미리 계산을 해놓으면 학생들이 그 가게들에 가서 기차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그러나 여전히 아무 곳에나 들러 큰소리로 노래 부르고 소리 질러서 얻어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축제 분위기를 핑계로 일부 학생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음주 추태를 벌이거나, 쓰레기 무단투기로 해당 장소가 엉망이 되는 일 역시 늘 지적돼온 문제다. 연세대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는 박모(20)씨는 "혼자 있으면 하지 않을 행동도 단체로 있으면 괜한 용기에 서슴없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슴골이 드러나면 안 되는 축제?= 올해 숙명여대 축제는 총학생회가 축제를 앞두고 특정 복장을 제재하기로 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에서부터 '선정주의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의견까지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자극적인 문구의 포스터, 유흥업소를 떠올리게 하는 의상에 홍등까지 달아놓고 노골적인 호객행위를 하는 동아리 주점 등이 논란의 대상이었다. 권경우 문화사회연구소장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논의와 성찰에서 비롯된 '합의'가 아닌, 총학생회의 일방적인 제재였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며 "제재의 대상이 된 것들 자체가 기존의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복장을 '어떠한 시각에서 어떻게 즐기느냐'에 대한 학생들의 주체적인 고민이 없었다는 데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몇몇 복장을 나열해놓고 단순히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성문화에 대한 기존의 남성중심적인 패러다임을 인정해버리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축제문화 되려면= 대학축제 문화가 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총학생회의 주관 아래 진행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무엇을 즐길 것인가'에 대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고전의 경우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하는 데서 나아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자성이 몇몇 시도로 드러나기도 한다. 올해 연세대에서는 질 낮은 영어 강의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상대평가제 등을 비판하는 '교육 연고제' 부스가 운영되기도 했다. 고려대는 학내 동아리들이 성소수자와 장애인, 군 인권, 여성 등 14가지 인권 관련 주제를 다루는 '별다른 인권문화제'를 열었다. 그러나 '연고전=운동경기'라는 공식에 의미를 더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권 소장은 "단순한 대결 구도에서 나아가 두 대학이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와 퍼포먼스 등을 기획하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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