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정보통신(IT) 업계의 앙숙, 구글과 애플이 또 설전을 벌였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전문채널 CNBC에 출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가 구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발은 애플의 팀 쿡이 먼저했다. 그는 지난 17일 애플의 새로운 개인 사생활 정보 보호 정책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비지니스 모델은 매우 올바르다. 우리는 훌륭한 제품을 판매한다. 우리는 소비자들의 이메일 내용이나 검색 습관등을 광고주에 팔아 수익을 만들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소비자들이 아이 폰이나 아이 클라우드에 저장한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지 않는다. 상품화를 위해 메일이나 메시지를 읽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구글이란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광범한 이용자들의 메일이나 지도 검색 정보 등을 활용, 다양한 비지니스를 창출하고 있다. 애플의 정보보호 정책과 보안 우수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구글의 비지니스 모델을 ‘사생활 정보 장사’로 폄하한 셈이다.
구글로선 가장 민감한 아킬레스 건을 공격받은 처지다. 이날 슈미트 회장의 발언도 방송 진행자가 팀 쿡의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물으면서 튀어나왔다. 슈미트 회장은 이에대해 “나도 그 주장을 읽었다. 그런데 과연 ‘그가 구글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지 제대로 알기나 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응수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어 “지난 십여년간 고객들의 (사생활) 정보 내용을 이용해 비지니스를 하지 않았다”면서 “팀 쿡이 그의 메시지에서 말한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구글과 애플을 대표하는 슈미트 회장과 팀 쿡 CEO는 이전에도 종종 가시돋친 신경전을 펼쳐왔다. 슈미트 회장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애플의 이사회 멤버였을 정도로 애플과 인연이 깊다. 그러나 양측이 각자 독자적인 스마트폰 운영체계(OS) 구축에 나서면서 돌이킬 수 없는 앙숙지간이 됐다.
특히 애플이 iSO6를 새롭게 배포하면서 구글 맵 등을 완전히 삭제하자 양측의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 슈미트 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른들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과 같다. 서로에게 폭탄을 보내지 않는다”며 애플의 대응 방식을 나무라기도 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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