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방통위, 휴대폰 단말기 출고가 인하 유도 힘들어져
불법 보조금·시장과열, 이통사-유통망 책임
'이통사 지원금' 상응하는 요금 할인 계산 투명성 떨어져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규제개혁위원회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핵심조항인 분리공시제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결정이 이동통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정부는 서울청사에서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를 열고 핵심조항 중 하나인 분리공시제를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단통법 고시안을 확정했다.
분리공시란 쉽게 말하면 '누구' 주머니에서 보조금이 나오는지를 알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휴대폰을 구매할 때 3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면 이 중 이통사와 제조사가 각각 얼마씩을 지원해 주는지 홈페이지 등에 공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재원이 합쳐져서 소비자들에게 지급됐기 때문에 마치 이통사만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으로 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우선 분리공시를 통해 휴대폰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려던 정부의 복안은 유명무실해졌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노렸던 것은 보조금 투명화에 따른 단말기 출고가 인하다. 제조사가 얼마의 장려금을 투입하는지를 투명하게 관리해 단말기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확인한다는 것이다. 출고가를 높이 책정하고 이를 보조금으로 할인해주는 식의 영업을 막겠다는 취지다.
또 '불법 보조금'이 지급되거나 시장이 과열됐을 때 이통사와 제조사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따지기 어려워진다. 그동안 유통망에 제조사들이 자체적으로 뿌리던 장려금 규모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우회 경로를 통한 장려금 지급 시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동안 시장 과열에 대한 책임이 통신사와 유통망에만 집중됐다는 점에서도 이통사들의 불만은 커질 전망이다.
중고폰이나 서랍에 잠들어 있던 장롱폰을 사용해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분리요금제'의 투명성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리요금제는 소비자가 '보조금'을 받을 것인지 '요금 할인'을 받을 것인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금까지는 이통사에서 구매하지 않은 단말은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지만 제조사와 이통사가 분담하는 보조금을 각각 분리, 이통사에서 사지 않은 단말기에도 '이통사의 지원금'에 상응하는 혜택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소비자는 70만원짜리 신규 스마트폰에 30만원(이통사 15만원·제조사 15만원)을 지원 받아 40만원에 살 수도 있고, 20만원짜리 중고폰을 사서 15만원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을 받으며 사용할 수도 있다. 소비자 입맛에 맞는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통사와 제조사가 지급하는 금액이 기존의 방식과 동일하게 합쳐져서 공시되면서 '이통사 지원금에 상응하는 혜택'이 얼만지 소비자들은 알 수 없게 됐다.
이통사 관계자는 "분리공시를 전제로 진행했던 정책적인 세부사항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보완책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분리공시에 강하게 반대했던 삼성전자는 확정된 단통법을 준수해 시장질서 확립에 힘쓰겠다는 뜻을 표했다. 삼성전자 측은 "10월 시행되는 단통법을 준수하면서 시장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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