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년까지 연장운행 검토…전택노련 "안전 위험"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정부가 택시의 대폐차(代廢車) 기준이 되는 차령을 연장하는 등 규제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택시 근로자들 사이에서 이같은 방침이 국민ㆍ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노동조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4일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택노련)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등은 현행 6년인 중형택시의 차령을 8년으로 2년가량 연장하고, 택시의 한계 운행거리를 75만km 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 등이 이같은 방침을 마련한 것은 택시차량의 대폐차 기준이 연한 위주로만 규정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일각의 지적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2년 개정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현행 영업용 일반택시의 차령은 2400cc 미만의 경우 4년, 2400cc 이상의 경우 6년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영업용 택시는 6년을 경과하면 폐차한 후 새 차량으로 '대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는 택시 차량 대폐기준이 연한으로만 규정돼 있다"며 "차량의 운행빈도ㆍ거리 등에 따라 내구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차령을 연장하고 한계 운행거리를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택노련 등 택시 종사자들은 이 같은 방침이 교통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차령이 6년으로 규정돼 있긴 해도 안전ㆍ승객 불편 등의 사정으로 평균 5년이면 대폐하는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호준 전택노련 정책부장은 "통상 서울 지역 택시는 5년이면 60만km를 주행하게 되는데, 이 정도 되면 차가 정상적인 기능을 잃어버린다고 보면 된다"며 "이런 차량이라면 현장에서 운전하는 근로자들은 물론 시민들 입장에서도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 일하는 택시기사들도 차령연장이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영업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우려했다. 서울 지역의 한 택시기사 김성식(54ㆍ가명)씨는 "보통 하루에 300~350km정도를 운행하는데, 그렇게 5년만 지나면 차체에 바람이 스며들거나 소음ㆍ진동 현상이 잦다"며 "낡은 차를 운행하면 운전자도 그렇지만 승객들이 기피해 영업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도 "낡은 차를 운행하다 차가 퍼지면(고장나면) 회사나 정부가 영업손실을 메워주는 것도 아니어서 기사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고 연료비도 더 들 것"이라며 "(차령 연장은) 택시회사의 배만 불려주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가 '규제완화 성과내기'에만 집착해 의견수렴 절차 등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택노련 측은 "정부는 차령 연장과 관련한 객관적인 의견 수렴 절차나 공청회ㆍ연구 용역도 거치지 않았다"며 "규제완화라는 미명하에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택시 참사'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 측은 교통안전공단의 운행거리 기록을 토대로 연장안을 마련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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