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취임 후 첫 출장지로 한국을 찾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났다. 나델라 CEO는 2시간 가량 이어진 이 부회장과의 면담에서 최근 불거진 특허 갈등을 비롯해 상호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나델라 CEO는 전일 오후 6시경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삼성전자 서초 사옥을 찾았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나델라 CEO가 이 부회장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여러 가지를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는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 사장도 배석했다.
최 부회장과 신 사장 등도 참석한 만큼, 저녁 자리에서는 특허갈등을 비롯해 향후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측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날 만남을 통해 양사간 특허 갈등이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S는 지난달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사용권 계약 위반을 이유로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 지방법원 소송을 제기했다. MS는 소장에서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쓰면서 로열티를 제때 지급하지 않았고, (연체에 대한)이자도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MS는 2011년 양 사의 특허와 제조 노하우·판매 전략을 공유한다는 포괄적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양사 특허 가치를 산정했고, 삼성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같은 모바일 기기 1대를 만들 때마다 약 4~5달러를 MS에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9월 MS가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삼성은 소프트웨어 업체인 MS가 하드웨어 업체인 노키아를 인수한 만큼 계약 내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사가 직접 만난 만큼, 2011년 맺은 계약 내용이 수정되고 특허소송도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이 MS와의 특허소송을 해결할 경우 애플과의 소송전 철회에 이어 또다른 갈등을 해결한 셈이 된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8월 미국 외 모든 지역에서 양사간 진행해온 모든 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애플에 이어 MS까지 삼성과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은 최근 IT·전자 업계에서 업체들 간 경쟁도 중요하지만 '협업'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등 신흥시장 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 업체들이 협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허 공유로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에너지 낭비를 하는 것도 전략적으로 좋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나델라 CEO는 이날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황창규 KT 회장을 각각 만날 예정이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테크데이즈 코리아 2014'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할 계획이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도 만나 부산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건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한국을 방문한 뒤에는 중국, 일본, 인도 등을 찾을 예정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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