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50억 이상 중대·거액 부실여신 중심 검사
직원 제재 90% 가량은 금융사가 직접 징계수위 결정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앞으로 금융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행적인 종합검사는 줄고 금융사 자체 검사와 제재가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사후적발 중심의 검사관행과 부실여신에 대한 사후적 제재가 금융권 '몸 사리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판단, 금융사에 권한과 책임을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사에 대한 검사 및 제재업무 혁신 방안'을 내놨다. 이번 혁신방안은 금융당국의 검사·제재 자체가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감원은 우선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종합검사를 50%이상 축소한다. 그동안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해 2~3년 주기로 종합검사를 연평균 약 45회 실시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대형 금융사와 취약회사 중심으로 연 20회 내외로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계획된 종합검사 역시 26회에서 19회로 축소 운영할 방침이다. 검사방식도 업무전반이 아닌 취약부문을 진단·개선하는 경영실태평가 형식으로 운영한다.
현장검사는 사전예방 금융감독시스템(FREIS)을 통해 파악한 개인정보 유출·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 금융소비자의 권익과 직결되는 사안 중심으로 이뤄진다. 금융사의 경영상 취약점을 제시해 자체 개선을 유도하는 컨설팅 방식의 검사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등 부실여신에 대한 책임규명은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한다. 금감원은 시스템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중대·거액 부실여신 중심으로 검사하기로 했다. 대형은행은 건전성 수준별로 요주의 300억원, 고정이하 여신 50억원 이상인 거액여신 위주로 검사한다. 다만 대주주에 의한 불법행위 소지가 우려되는 비은행 금융회사는 내부통제시스템의 작동수준에 따라 검사범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금융사 내부감사를 통한 자율시정기능도 강화된다. 금감원은 중대한 사항에만 집중하고 경미하거나 자율시정이 가능한 사항은 금융사 스스로 개선하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위규사항을 유형화해 금융사 자체 시정토록 하고 이행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직원에 대한 제재는 90%를 금융사가 직접 할 수 있도록 조치 의뢰할 계획이다. 금융질서를 교란하거나 다수의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한 중대한 위반행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융사가 자체 징계토록 할 예정이다. 사실상 임원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미등기 임원 등 집행간부는 제외된다. 내부통제시스템이 갖추어진 은행·보험사 등 대형금융회사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제재시효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5년이 지난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를 하지 않는다. 다만 위법·부당행위가 연속되거나 중대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검사대상기간을 확장키로 했다. 아울러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고의·중과실 없이 절차에 따라 취급한 대출은 면책하기로 했다. 면책여부에 혼란이 있는 경우에는 제재심의회 부의 전에 여신관련 검사부서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사전 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사소한 업무처리 지연이나 절차 미준수, 금융사 내부기준 위반 등 경미한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제재 대신 현장에서 즉시 시정토록 조치할 계획이다. 이 같은 현지조치는 현장검사가 끝난 후에도 가능하도록 확대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징계 사안에 대해서는 징계수위 사전통지 이전에 '검사결과 조치안 사전협의회'에서 적정성을 사전 협의하는 등 제재결과에 대한 수용성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현장검사 종료 후 검사국장이 금융사 경영진, 감사로부터 의견이나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하는 '검사국장 면담제도'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관계에 다툼이 있거나 법률적 쟁점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대심제도를 적극 활용하되 심의 지연사례를 막기 위해 대심 절차의 효율적 운영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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