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멜로 첫 한국전시 개최…"남이섬은 제2의 고향" 한국문화에 큰 관심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브라질 그림책 작가 로저 멜로(49)가 최초로 한국 전시를 열었다.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만난 그의 원화 작품들에는 남미 특유의 원색적이고 강렬한 색감, 세밀한 드로잉이 눈길을 끈다. 작품의 스토리에는 꿈과 환상을 자극하는 이야기들이 있는 한편 아동 노동 등 정치·사회적인 문제들도 언급돼 '질문하고 생각하게 하는' 작가의 작품 철학을 느낄 수 있다.
"브라질은 철을 많이 수출한다. 그런 이면에 숯가마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현실이다. 환경도 파괴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의 인생을 동화에서 제외한다면 세상은 이들을 알지 못할 것이다. 가마 속에서 일하는 아이들, 맹그로브 노예 소년들이 담긴 그림을 보면서 관람객이나 독자들은 이들의 인생을 생각하게 되고, 그것은 작은 변화들을 일으킬 수 있다."
이날 만난 로저 멜로는 직접 전시장을 돌며 작품들을 설명했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작업했던 그림책 원화 88여점과 이번 전시만을 위해 공개한 '나는 기억해', '평화 이야기' 등 원화 30여점도 함께 나와 있다. 그의 작업 동료이자 친구인 마리아나 마사라니, 그라사 리마와 함께 작업한 그림책 '이웃'의 원화들도 함께 전시돼 있다. 여기에 작가가 손수 만든 더미북, 스케치, 여행기, 작품과 관련된 컬렉션, 4차원 홀로그램 일러스트레이션 영상과 함께 강원도 춘천 남이섬 장인들과 함께 만든 도자기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작가의 이번 방한은 벌써 7번째다. 2010년 '남이섬세계책나라축제'를 계기로 한국을 찾게 되면서부터 인연이 지속됐다. 당시 로저 멜로는 국제문화교류 프로젝트인 '피스 스토리'의 브라질 대표작가로 참여했고, 그때 만든 작품을 이번 전시에도 소개하고 있다. 이후 한국에 오면 반드시 남이섬을 들렀다.
로저 멜로는 남이섬을 "예술가의 파라다이스"라고 극찬한다. 어린 시절 특히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브라질 세라도에서 봤던 다양한 동식물과 다채로운 자연풍경에서 상상력을 키워온 작가에게 남이섬에서 그와 비슷한 영감의 원천을 얻게 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과 같이 춘천 '남이섬 국제그림책 일러스트 공모전'은 그림책 작가들에겐 잘 알려져 있고 누구나 참여하고 싶은 대회"라고 말했다.
작가는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국내에서 '도깨비 작가'로 통하는 그림책 작가 한병호씨를 꼽으며, 로저 멜로는 "존경하는 한국의 작가들이 많다"고 했다. 극작가이기도 한 로저 멜로는 또 '김기덕 감독'을 언급하며, "영화 '빈집'에서 나온 서울 북촌의 한옥집에 가본 적이 있는데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간 것처럼 흥분되고 놀라웠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나의 작품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고, 남이섬은 제2의 고향과 같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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