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위험 감수할 수 없어"…한국 인도 여부는 11월 5일 선고공판에서 결정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사망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48)씨가 프랑스 재판부에 세번째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프랑스 파리 항소법원은 17일(현지시간) 유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첫 공판에서 유씨의 불구속 재판 신청을 기각했다.
유씨의 심리를 진행한 바르톨랭 판사는 "(유씨가) 도주 위험이 있고, 한국과 프랑스 정부가 관련된 사건이라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청구 거부사유를 밝혔다.
유씨는 "16살 된 아들이 혼자 파리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르콩트 검사는 "경찰이 유씨의 집을 찾았을 때 유씨가 이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경찰 보고서에 나온다"면서 도주 우려가 있는 점을 강조했다.
유씨의 한국 송환을 놓고 항소법원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유씨 측 변호인과 검사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르콩트 검사는 "유씨가 횡령한 돈은 세월호 유지 보수비로 사용돼야 하는 것이었다"면서 "양국 간 조약에 따라 유씨를 한국 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씨의 변호를 맡은 에르베 테민은 "유씨 아버지인 유병언이 숨지면서 한국 정부가 유씨 가족을 희생양으로 만들고자 한다"면서 "정당한 재판을 받기 어려우니 인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대통령과 장관들이 유씨 일가의 재산을 몰수해 세월호 사고 피해자 보상금으로 사용하고 가족에게 중형을 내려야 한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유씨가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테민 변호사는 한국은 아직 고문이 있는 국가이고, 사법부의 수준도 국제적으로 높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씨는 재판 도중 판사로부터 부친의 사망 소식을 듣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유씨의 한국 인도 여부는 11월 5일 열릴 선고 공판에서 결정된다. 항소법원이 인도 결정을 내리더라도 유씨가 상소하면 프랑스 최고행정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 유씨 변호인 측은 프랑스 법원에서 송환결정이 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까지 가겠다고 공언한 상태여서 국내 송환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유씨는 '모래알디자인'을 운영하면서 계열사 다판다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48억원을 챙기는 등 총 492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지난 5월 27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 인근의 고급 아파트에 머무르다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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