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바르셀로나 유스 소속 이승우, AFC U-16 챔피언십 50m 드리블 슈퍼골…日언론 "한국의 메시에 당했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후반 2분. 연두빛에 둘러싸인 붉은 점 하나가 섬광처럼 그라운드를 가로질렀다. 이승우(16·FC바르셀로나 후베닐A)였다. 중앙선 아래 한국 진영에서 공을 몰아 50m 이상 달렸다. 수비 선수 세 명을 달고 질주해 달려 나온 골키퍼마저 제쳤다. 그리고 왼발 슛한 공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골라인을 넘었다. 쐐기 골. 스코어는 2-0이 됐고, 승부는 여기서 갈렸다.
이승우는 14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U-16) 챔피언십 8강전에서 두 골을 넣었다. 두 번째 골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 그랬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54)가 잉글랜드, 벨기에를 상대로 보여준 신기의 질주와 흠잡을 데 없는 마무리. 당대 최고의 스타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보여주는 그 골이었다. 소년에게서는 한국 축구가 그토록 기다려온 킬러의 그림자가 번뜩였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이승우와 그의 골을 "새로운 예술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경기를 중계한 김대길 KBSN 스포츠 축구 해설위원(47)은 "믿기지 않는다. 마라도나, 메시가 봐도 부러워할만한 골"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본의 축구 전문매체인 '게키사카'는 "한국의 메시에 당했다. U-16 일본대표는 준준결승에서 패퇴, U-17 출전을 놓쳤다"는 제목으로 이승우의 득점 장면을 길게 묘사했다. 이 매체는 "하프라인 앞에서 볼을 잡은 이승우가 드리블을 시작해 앞 선을 가로막은 일본의 최후라인을 비웃듯 한순간에 가속, 추격하는 수비진을 따돌렸다. 골키퍼마저 제치고 왼발로 텅빈 골 안에 슛했다. 한국의 메시 이승우가 약 50m를 드리블로 독주해 슈퍼골을 넣었다"고 썼다.
이승우는 이번 대회에서 폭발하고 있다. 8일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1-0 승)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 세 경기에서 네 골을 몰아쳤다. 지난해 9월 25일 브루나이와의 AFC U-16 챔피언십 예선(9-0 승)을 통해 대표 선수로 이름을 올린 뒤 최근 열 경기에서 열 골을 기록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44)은 "공격수에게 필요한 드리블, 패스, 슈팅 능력에 빠른 발까지 갖춘 판타지 스타의 전형"이라고 했다. 이승우의 화려한 플레이 스타일은 메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8일자 보도에서 이승우의 활약상을 비중 있게 다뤘다. 바르셀로나 15세 이하 유소년 팀에서 서른일곱 골(30경기)을 넣은 메시와 비교해 "그 이상 성장할 수 있는 자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승우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다논 네이션스컵'에서 여덟 경기를 뛰며 열두 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다. 이 대회는 2002년 국제축구연맹(FIFA)의 승인을 받은 세계 유소년 대회다. 뛰어난 활약으로 주목받은 그는 전액 장학금을 받는 조건으로 바르셀로나 인판틸A(13~14세) 팀에 입단했다. 스페인 유소년 팀에서도 뛰어난 득점력으로 명성을 떨쳤다. 입단 첫 해인 2011~2012시즌 스물아홉 경기에서 서른여덟 골을 넣었다.
2012~2013시즌 카데테B(14~15세) 팀으로 한 단계 도약한 이승우는 지난 시즌 자신보다 두 세 살 위의 선수들이 뛰는 후베닐B(16~18세) 팀으로 월반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리버풀과 첼시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이 그에게 눈독을 들이자 바르셀로나는 지난해 12월 5년 재계약을 해 지키기에 나섰다. 이승우는 지난 7월부터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의 최종 단계인 후베닐A에서 훈련하고 있다. 지금처럼 활약하면 성인 2군 팀에서 뛰거나 곧바로 1군 팀으로 승격할 수 있다.
한국은 이승우의 활약으로 대회 4위까지 출전하는 2015 칠레 U-17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 이후 6년 만이다. 대표팀은 17일 오후 6시 시리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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