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금융노조가 비가 오는 악천후 속에서도 14년 만에 총파업을 강행했다. 각 은행은 노조가 명분 없는 파업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면서 고객 불편이 발생하지 않게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종합운동장에는 KTX와 자가용, 전세버스 등을 동원해 금융노조원이 속속 모여들었다. 노조는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행사를 시작하고 관치금융 철폐와 복지축소 저지 등을 요구했다.
은행측은 노조의 총파업에도 업무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총파업에 6만5000명의 노조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사측은 영업점 당 1∼2명이 참가하면 총 파업참가 인원은 1만∼1만50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은 특별한 이슈가 없어 파업참여 동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IBK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 기조에 따른 복지축소 압박으로 파업열기가 시중은행보다 뜨겁다. 홍완엽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장은 "기업은행은 시장과 경쟁하는 곳으로 공공기관으로 지정돼서는 안 되는 곳"이라며 "금융권에서 급여와 복지수준이 최하위인 상태에서 정부가 단체협약 내용 일방적으로 개악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투쟁 의지가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한국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 노조도 조합원에게 파업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시중은행은 노조 파업에도 영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이건호 행장 등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는 KB국민은행은 파업에 대응해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정상적으로 업무가 이뤄지고 있는 지 상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은행 통합 문제가 부상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파업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파업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 최경환 경제부총리,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을 면담했지만 총파업을 자제해달라는 요구 외에 해결방안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3일 파업에도 노사협의가 진전이 없으면 10월부터 2차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편 금융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최수현 금감원장의 사퇴 ▲하나지주 외환은행 조기통합 시도 즉각 중단 ▲신용정보집중기구, 금융보안전담기구, 서민금융총괄기구 신설 원점 재검토 ▲농협 신경분리 지원약속 이행 및 우리은행ㆍ수협ㆍ농협 MOU 폐기 ▲공공기관 획일적 복지축소 즉각 중단 ▲사측의 산별교섭 요구안에 대한 전향적 입장 변화 등을 요구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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