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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한가위]"달아, 달아"…슈퍼문에 '슈퍼소망'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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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한가위]"달아, 달아"…슈퍼문에 '슈퍼소망' 빌어보자 한가위 보름달 올해 두 번째로 크다[사진제공=한국천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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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이번 한가위에는 다행히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올해 가장 컸던 '슈퍼문(음력 7월16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달이라고 한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한가위 보름달이 완전히 둥근 모습을 갖추게 되는 시각은 추석 다음 날인 9일 오전 10시38분인데, 이때는 이미 달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간 후이기 때문에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둥근달은 추석 보름달이 지는 시각인 9일 오전 6시3분 직전 서쪽 지평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추석 달은 정월대보름과 더불어 1년 중 가장 밝고 둥근 달이 뜬다고 하여 예부터 신성시해왔다. 한가위의 '한' 또한 대(大)나 다(多)를 의미한다. 추석날 저녁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풍습도 모두 옛사람들의 지혜다.

추석의 세시풍속으로 알려진 '강강술래'는 단순한 전통무용이 아니라 '달의 춤'이다. 한가위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손에 손을 맞잡은 수십 명의 여인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선 '강강술래'를 외치며 돈다. 이 달춤을 추는 여인들은 달의 재생력과 풍요로움을 지상으로 옮기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노래했다. '강강술래'는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올 여름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영화 '명량'과도 관련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해남 우수영에 진을 치고 있을 때, 적군에 비해 아군의 수가 매우 적었다. 적들에게 우리 군을 얕잡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생각해낸 것이 바로 '강강술래'다. 진도와 해남의 여성들에게 남자 옷을 입혀 해안에 있는 산자락을 끊임없이 돌게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강강술래'의 기원이 이순신 장군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도 한편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힐링!한가위]"달아, 달아"…슈퍼문에 '슈퍼소망' 빌어보자 해남 강강술래


◆"달은 수수께끼 속에서 또 하나의 신비에 싸인 수수께끼" (윈스턴 처칠)

초승달에서 반달, 보름달로 지나 그믐달로 사그라지다 다시 차오르는 '달'. 밤하늘에 홀로 떠 있는 이 달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에선 예부터 달을 보고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상상했다면, 중국에서는 달토끼와 달두꺼비가 함께 살고 있다는 전설이 내려져온다. 이렇듯 동양에서는 '달'을 친근하고도 가까운 자연의 일부로 여겨, 예부터 달을 예찬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술과 달의 시인 '이태백'도 전설적인 인물이다. '꽃 넝쿨사이에 술 한 동이(花間一壺酒)/ 따라주는 친구도 없이 홀로 마시네/ 잔 들어 밝은 달에게도 권하니(擧盃邀明月) /그림자까지 세 사람 되었구나(對影成三人)'라는 월하독작(月下獨酌)이란 시에서는 아예 달과 술과 자신을 하나의 존재로 보고 있다. 조선의 3대 시가인(詩歌人)으로 꼽히는 윤선도의 시 '오우가'에서도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야 무엇하리"라며 달을 더할나위없는 벗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서양에서의 '달'은 다소 음산한 분위기로 연결된다. 달, 특히 보름달의 신비로운 기운이 인간의 광기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미치광이라는 뜻의 'lunatic'이란 단어의 어원도 '달(luna)'에서 왔을 정도다. 보름달이 뜨는 날 늑대인간이 나타나거나, 달빛 아래서 뱀파이어가 활약하는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다. '달이 차면 사람들이 이상행동을 하고 범죄가 많아진다'는 말도 서양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져 미국의 일부 주 경찰서에서는 만월 기간에는 야간 근무를 강화해왔다. 약혼자의 동생을 사랑하게 된 여인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문스트럭'에서 '문스트럭'의 뜻은 '(사랑에 빠져) 약간 이상한'이란 뜻을 담고 있다.


[힐링!한가위]"달아, 달아"…슈퍼문에 '슈퍼소망' 빌어보자 영화 'E.T.'의 한 장면.


◆인류의 달 착륙, 그 이후
닐 암스트롱은 1969년 7월20일 아폴로11호에서 내려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겼다. "한 인간에게는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는 위대한 약진"이라는 말을 남기면서 말이다. 이후 인간의 달을 향한 상상력이 한 풀 꺾일 것이란 추측이 있었지만 이건 기우에 불과했다. 이 상상력은 각종 영화, 책, 전시 등을 통해 달에 보다 구체화, 전문화돼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단 1970년대 달 착륙 자체가 조작됐을 것이란 음모론이 한동안 기승을 부렸다. "공기가 없는 달에서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달에서 촬영된 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 등의 이유가 음모론을 뒷받침했다. 2006년 출간된 책 '누가 달을 만들었는가'에서 저자(크리스토퍼 나이트·앨런 버틀러)는 아예 "달을 지구에서 인간이 살도록 우리 자신인 인간이 만들었다. 미래의 인간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달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이 책은 공상과학소설이 아니며, 저자는 '달의 인공설계설'을 이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달은 하루에 400㎞씩 회전하고, 지구는 하루에 4만㎞씩 자전하는 우연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2012년 개봉한 '아이언 스카이'란 작품에서는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나치가 달 뒤편에 거대한 기지를 건설한 채 몰래 지구를 침략할 날까지 숨어 있다는 다소 '황당한' 설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상과학 소설가 스티븐 백스터는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다면 나치가 1969년 이전에 달에 착륙해 미사일 기지를 만들었을 거란 가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외수의 장편소설에서도 달에 관련한 재밌는 대목을 확인할 수 있다. 장편소설 '장외인간'에서 주인공은 더 이상 달이 뜨지 않고, 아무도 달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홀로 달을 기억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당연히 이 세계에선 달과 관련한 명절인 추석도 사라졌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달은 미지의 세계, 초월의 세계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람들을 비춰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밤 하늘에 은은하게 빛나는 달빛의 서정성은 잠시나마 고단한 현실을 잊게 해준다. 가난한 이들이 산비탈 등지에 다닥다닥 모여 사는 남루한 현실은 '달동네'라는 이름을 통해 조금이나마 숨통을 틔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에서 외계인과 지구소년이 커다란 달을 배경으로 하늘을 나는 저 유명한 장면처럼, 달의 세계는 세상의 모든 음지, 여자, 아이, 약하고 소외된 것들을 보듬는다. "연륜이 자라듯이/ 달이 자라는 고요한 밤에/ 달같이 외로운 사랑이/ 가슴 하나 뻐근히 /연륜처럼 피어나간다"라고 윤동주 시인은 '달같이'에서 노래한다.


무엇보다 만월은 그 풍요로움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숭배하는 달이기도 한다. 나도향은 수필 '그믐달'에서 '보름의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같은 달'이라고 예찬하기도 했다. 올 추석에도 달을 보며 삶의 풍요와 세상의 평화를 빌어볼 일이다. 무엇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처럼 "모든 사람이 저마다 품위있게 일용할 양식을 얻고 자기 가정을 돌보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바라볼 일이다. "달하 노피곰 돋으시어 어긔야 멀리곰 비취오시라."(정읍사 중에서)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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