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기 1년래 최저·지정학적 우려 가중…ECB '부양 보따리' 만이 희망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럽 경제에 때 이른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제조업 지표가 1년여 만에 최저치로 내려간 데다 투자·소비 심리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까지 더해져 지정학적 우려는 커졌다.
1일(현지시간) 유럽 주요국 주식시장은 혼조세로 마감됐다. 프랑스의 CAC 40 지수는 0.03% 떨어진 4379.73으로 장을 마감했다. 영국과 독일 증시는 소폭 올랐다.
이날 유럽 증시의 하락폭을 제한한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이다. 경기지표들이 좋지 않은 만큼 ECB가 양적완화 같은 대규모 돈 풀기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투자자들은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최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잇따라 추가 경기부양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ECB가 당장 이달부터 양적완화를 시행할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해석이 엇갈린다. 양적완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프랑스와 이에 반대하는 독일의 입장 차이도 여전하다.
이날 나온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제조업 지표는 유럽의 가을 경기가 한 겨울 수준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발표한 8월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7로 전월보다 1.1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13개월만의 최저치다. 마킷은 "유로존 제조업의 성장동력이 계속 약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제조업 경기가 살아나려면 글로벌 수요 회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유럽의 2위 교역 상대인 중국의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전날 나온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PMI는 51.1로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유럽과 러시아가 상호 제재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은 추가 제재까지 예고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침공 야욕을 드러낸 러시아가 치러야 할 비용은 클 듯하다. 1일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 대비 0.46% 떨어진 달러당 37.2897루블을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또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루블은 이달 들어서만 4% 넘게 급락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최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3%에서 0.5%로 낮춰 잡았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0%에서 0.5%로 반토막 났다.
경제개발부의 올레그 자소프 경기예측국 국장은 "계절조정 후 2·4분기 성장률은 제로 수준"이라면서 "경기위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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