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산 관련 임원 고발에 대해 "범죄 정황이 커 당연한 것…금감원 결론난 만큼 신속히 한 것"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도대체 뭘 화해하라는 건가. 회장께서는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은행이 이사회와 잘 해결하라고 했는데 무슨 갈등이 있나. 은행 IT본부장 교체 갈등도 최종 고발장에 포함 안됐다. 실적부진도 체질내실화의 과정이다."
1일 아시아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은 최근 상황을 무척 답답해 했다. 이 자리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의 갈등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하면서 국민은행의 영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영업력 위축이 아닌 체질 내실화 단계에서 생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8시20분께 이 행장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 도착해 출근저지 투쟁을 하고 있던 노조원 20여명을 뒤로 하고 전용엘리베이터를 타며 기자의 동승을 기꺼이 허락했다. 행장실에서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모든 질문에 차분하게 대답했다.
우선 이 행장은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등 KB금융의 내홍에 대해 외부에서 자꾸 임 회장과의 불화로 이슈메이킹을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행장은 "(외부에서 잘못된 추측들을 해서)저도 힘들고 회장님도 힘들다"며 "지금 회장님 만나서 풀어야 될 일(갈등)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 회장님 만나서 갈등을 풀어야 하지 않겠냐고 조언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결하라는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특히 "임 회장님이 주전산기 교체 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은행장과 이사회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얘기한 만큼 이사진들과 의논해서 결정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담당 임원 세 명을 검찰에 고발한 건에 대해서도 투명성과 경영원칙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전산 교체 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고서 왜곡과 조작 문제였다"며 "회장님이 은행에서 해결하라고 하시고 저도 은행에서 해결하려고 하는데 오히려 외부에서 왜 은행장과 회장이 담판 안 짓고 싸우고 있냐고 말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주전산기 교체 건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징계 결정이 나온 직후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최고정보책임자)와 문윤호 KB금융지주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 상무를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행장은 "은행장으로서 행내에서 문제가 있었고 거기에 대해 범죄 정황이 큰 상태에서 당사자들에게 금감원 중징계 결정이 났으면 당연히 빨리 조치하는 게 맞다"며 "은행장으로서 조직에 심각한 범죄행위를 통해 손해를 끼쳤거나 끼칠 수도 있는 일을 한 사람을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게 왜 논란의 대상이 되는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 행장은 임 회장과의 갈등이 지난해 말 국민은행 IT본부장 교체 건을 놓고 시작됐다는 금융권 안팎의 얘기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 행장은 "제가 고발장에 그러한 내용을 넣었다는 것은 조금 다른 얘기"라며 "국민은행이 최근 검찰에 접수한 고발장에는 그러한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초 은행측 변호사들이 고발장을 만들어 가지고 온 것에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었지만 사실관계는 제재심서 논의가 돼 고발장에 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 뺐다는 주장이다.
이 행장은 국민은행이 KB금융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로 영업활동이 위축됐다는 주변의 시선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KB은행이 전략적으로 성장 쪽에 크게 무리하면서까지 영업실적을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내실 다지는 것을 우선시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온 수치이지 영업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최대 은행인 우리가 가장 크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건전성"이라면서 "순이자 이익만 보면 영업이익 규모는 큰데 건전성 이슈 때문에 순이익에 가서는 규모가 적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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