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서울에 벤처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공간인 '캠퍼스 서울'을 세운다. '캠퍼스 런던'과 '캠퍼스 텔아비브'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이며 아시아지역에선 최초다. 구글은 이곳을 국내 예비 창업자 전용의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멘토링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해외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예비 벤처창업자들에게는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012년에 설립한 캠퍼스 런던은 개관 1년간 7만여명이 참여, 274개 프로젝트에 3400만파운드(약 570억원)의 투자유치 성과를 올렸다.
구글이 아시아지역에서 첫 번째로 서울을 택해 창업지원 공간을 설립기로 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벤처창업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어서 반갑다. 어제 캠퍼스 서울 설립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가장 창의적인 성과물 중 다수가 한국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인터넷 및 스마트폰 보급률과 같은 하드웨어 측면뿐 아니라 인적ㆍ소프트웨어적 인프라도 잘 갖춰졌다는 설명이다.
내년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인 구글 캠퍼스 서울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라 자부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캠퍼스 서울의 운영 형태부터 그렇다. 구글 측은 열린 공간을 강조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든 애플의 iOS 개발자든 상관없이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피아를 구별하지 않고 ICT 시장의 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산업 전반의 발전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구글에도 이익이 되겠지만 한편으로 공룡기업다운 자신감으로 비치기도 한다.
한국으로 좁혀 보면 아쉬움이 커진다. ICT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애를 태우는 게 우리 기업의 현실이다. 2000년대 초반 뜨거웠던 벤처창업 열기도 식었다.
물론 많은 기업들이 전문인력 확보를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급할 때에는 경쟁사 인력을 빼내 가는 편법도 불사한다. 하지만 열린 공간으로 ICT 생태계를 키우고 청년창업 의지를 북돋는 큰 그림은 찾아보기 어렵다. 구글이 서울에 캠퍼스를 세우기 이전에 삼성전자, LG전자, SKT, KT와 같은 전자통신 선도기업들이 앞장서 젊은 창업자들이 마음껏 뛰게 할 공간을 만들어 줄 수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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