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프로야구 두산과 LG의 서울 라이벌전이 열린 27일 잠실구장. LG의 이진영(34)은 1회초 첫번째 타석에서 2사 1, 2루의 기회를 맞았다. 그는 1볼-1스트라이크에서 두산 선발 투수 노경은(30)이 던진 3구째 시속 143㎞짜리 직구를 제대로 받아쳤다. 1타점 중전 적시타. 2루에 있던 정성훈(34)이 홈에 들어와 선취점을 올렸다.
이 점수가 결승점이 되었다. 이진영은 1타수 1안타 1타점 3볼넷으로 전 타석 출루했고, 올 시즌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열두 경기 타율 0.488 2홈런 18타점의 강한 면모를 이어나갔다. LG는 이진영의 활약에 힘입어 5-1로 승리했고 최근 4연승을 달렸다. 경기가 끝난 뒤 양상문 LG 감독(53)은 "이진영 등 베테랑들이 초반부터 제 몫을 해줘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했다.
올 시즌 이진영은 공·수 양면에서 주장다운 활약을 하고 있다. 타석에서는 중심타선은 물론 2번과 6번 등 타순을 가리지 않고, 수비에서도 중견수와 우익수를 오가며 헌신적으로 경기한다. 27일 경기에서는 5번 타자겸 중견수로 경기에 나갔다. 27일 현재 성적은 아흔아홉 경기 타율 0.338 6홈런 57타점 46득점. 팀 동료인 박용택(35·0.340)에 이어 팀 내 타격 2위이자 전체 12위다.
특히 공격에서 활약이 꾸준하다. 이진영은 중심타자로 배치되더라도 방망이를 길게 잡거나 스윙을 크게 하지 않는다. 방망이 손잡이 부분에서 주먹 한 개 정도 위를 잡고 정확한 타격을 하는 데 주력한다. 이진영도 "짧게 친다고 생각할 때 스윙도 부드럽고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온다"며 "홈런 한 방보다는 안타 두 개가 팀에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오른손투수와 옆으로 던지는 투수를 상대로 각각 타율 0.333(186타수 62안타)와 0.368(19타수 7안타)을 기록했고, 왼손투수와의 대결에서도 0.341(138타수 47안타)로 좋은 승부를 했다. 타순 배치에 관계 없이 3할 이상의 타율을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이진영은 올 시즌 4번과 5번 타순에 가장 많이 배치됐는데, 각각 0.330 2홈런 22타점과 0.321 홈런 없이 14타점을 기록했다. 6번 타순에서는 0.420(50타수 21안타)으로 고감도 방망이를 휘둘렀다.
LG가 이진영의 활약이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는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다. LG는 지난해 2002년 이후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했다. 올 시즌에도 지난 6월 14일까지 최하위와 8위를 오가다 6월 15일에야 꼴찌에서 벗어나 순위를 끌어올렸다. 5월 15일 양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팀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시즌 전적 50승 1무 55패로 4위를 지키며 4강 경쟁을 하는 5위 롯데(46승 1무 57패), 6위 두산(45승 56패)을 세 경기 차로 앞섰다. 공동 7위 SK와 KIA(이상 45승 58패)와는 네 경기 차. 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탔지만 이진영은 긴장을 풀지 않는다. 그는 4강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시즌은 길기 때문에 다른 팀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LG는 28일부터 문학구장에서 SK와 이틀 연속 경기를 한다. 이진영은 올 시즌 SK를 상대로 열네 경기 타율 0.420 4홈런 12타점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 선발투수는 왼손에이스 김광현(26·스물두 경기 11승 8패 평균자책점 3.12)이다. 올해 김광현을 만나서는 홈런 한 개 포함 5타수 3안타(타율 0.600) 1타점을 기록했다. 그는 "올 시즌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해피엔딩으로 정규리그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가을야구로 가는 경쟁은 이제부터가 진짜다.
◇ 이진영
▶생년월일 1980년 6월 15일 ▶출생지 군산
▶체격 185㎝·90㎏
▶출신교 군산초-군산남중-군산상고
▶가족관계 부인 박선하 씨(35)와 딸 채슬(4)·아들 예준(2)
▶프로 데뷔 1999년 쌍방울 레이더스
▶올 시즌 성적(8월 27일 현재)
- 아흔아홉 경기 타율 0.338 6홈런 57타점 46득점 35볼넷 장타율 0.449 출루율 0.392
▶통산 성적
- 1709경기 타율 0.306 145홈런 790타점 823득점 606볼넷 장타율 0.444 출루율 0.374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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