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이 올해 처음으로 투자이민 비자(EB-5) 발급 한도를 모두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인들에 대한 EB-5 발급을 일시 중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번주 부터 2014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30일까지 중국인들에게 EB-5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올해 중국인들의 EB-5 발급 신청이 급증하면서 미 정부가 정한 비자 발급 최대 한도 1만 건 초과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EB-5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한 1990년 이후 현재까지 매 년 1만개의 EB-5 발급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미국에서 발급한 EB-5의 85%를 이미 중국인이 가져갔다.
EB-5는 외국인이 미국 내 사업장에 100만달러 혹은 실업률이 높은 농촌지역에 50만달러를 투자할 경우 발급된다. EB-5를 발급 받으면 영주권을 얻는게 쉽다
미국은 EB-5 발급에 있어 한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7%를 넘지 못하도록 할당량을 배정하고 있지만,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국가가 있을 경우 여유분을 수요가 많은 국가로 넘겨준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중국인들이 EB-5를 많이 발급 받을 수 있었다.
EB-5 발급이 급증한 것은 최근 들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03년에는 EB-5 발급 건수가 65건에 불과했지만 2012년 7641개, 지난해 8564개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 때문에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2015 회계연도에는 올해 보다 더 빨리 EB-5 발급이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엄청난 대기 인력 때문에 내년 봄 부터는 EB-5를 발급 받으려면 2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스테판 예일-로어 이민 전문 변호사는 "EB-5 프로그램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EB-5 발급에 많이 몰리는 이유는 순수하게 미국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다. 대부분 자녀의 교육을 위해 미국 거주를 희망하고, 이왕이면 다양한 사회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영주권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들이 이민 지역으로 선호했던 캐나다가 올해 2월 80만캐나다 달러를 투자할 경우 영주권을 발급해주는 비자 프로그램을 중단하면서 EB-5 수요가 더 많아졌다. 캐나다 정부는 투자이민의 목적이 대부분 시민권 취득일 뿐 실질적인 투자 의도가 없으며 중국인 비중이 너무 높아져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은 그동안 투자이민 제도를 통해 수 십 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었고 이것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미 경제를 살리는데 영향을 한 몫 했다.
그러나 일부 회의론자들은 미국의 투자이민 제도가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소수의 중국 부자들에게만 비자를 돈 주고 살 수 있게 해주는 불공평한 제도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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