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미국의 패스트 푸드업체 버거 킹이 캐나다의 커피· 도우넛 전문점 팀 홀튼을 110억달러(11조180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버거 킹은 이번 인수로 세계 100개국에 점포 1만8000개를 운영하면서 연매출이 총 230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3위 규모의 패스트 푸드 체인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팀 홀튼 주주들은 주당 65.50 캐나다달러를 현금으로 받고, 새 법인의 주식을 보유주당 0.8025주씩 받게 된다. 버거킹의 지배주주인 3G 캐피털은 이를 통해 전체주식 51%를 소유할 예정이다.
한편 버거 킹의 이번 인수로 미국에서 세금 회피를 위한 기업이전 논란이 다시 증폭되고 있다. 이번 인수가 마무리되면 1954년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 햄버거 체인인 본사는 마이애미에서 팀 홀튼의 본거지인 캐나다로 옮겨가게 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이번 결정이 해외업체 인수를 통해 본사를 이전, 미국의 높은 법인세를 피하려는 꼼수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논란의 불똥은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으로 불리는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게도 옮겨붙고 있다.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우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인수자금 중 3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회피를 위한 인수에 버핏이 뒷돈을 대준 형국이 됐다.
이는 자칫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워렌 버핏 사이의 오랜 밀월관계에도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버핏은 지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의 첫 대선 도전 당시부터 열렬한 지지자였다. 보수적 성향의 미국 부유층을 상대로 표와 자금을 끌어 모아야했던 오바마에겐 버핏은 늘 든든한 우군이었다. 버핏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른바 부자 증세 정책에도 적극적 화답하며 여론을 이끌었다.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안은 ‘버핏 룰(Buffett Rule) ’이라고 불릴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주례 연설 등을 통해 “기업들이 세금 회피를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비애국적인 행위를 중단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같은 수법을 통한 해외 이전 기업에 중과세하는 등 제재 방안을 정치권이 시급히 도입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따라서 버핏의 이번 투자 결정은 오바마 대통령의 호소를 외면한 셈이 된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 저널(WSJ)도 버거 킹에 대한 세금 회피 의혹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버핏도 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전했다.
버핏도 이를 감안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을 통해 “ 팀 홀튼이 캐나다에서 버는 돈이 버거 킹의 수입규모보다 많다”면서 “팀 홀튼을 마이애미로 옮기는 것이 캐나다 사람들을 더 불편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세금 혜택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등을 돌린 여론을 무마하는 것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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