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암벽과 사랑에 빠졌다"…거미 여인의 키스

시계아이콘01분 52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 "목표 정복 쾌감이 매력, 올림픽·AG 정식 종목 됐으면"

"암벽과 사랑에 빠졌다"…거미 여인의 키스 김자인
AD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자일(등반용 로프)과 인수봉(북한산 봉우리).

국내 여자 스포츠클라이밍의 선두 주자 김자인(26)에게 '암벽 여제'라는 별명은 등반 도구와 이름난 봉우리 이름에서 머리글자를 딴 그의 이름이 예고한 운명과도 같다.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실내 암벽 훈련장에서 만난 그는 체구가 왜소했지만 당찬 힘이 느껴졌다. 그는 "원래 별명이 '거미 소녀'였다. 여제(女帝)라는 표현이 쑥스럽지만 책임감도 생기고 만족스럽다"며 웃었다.


스포츠클라이밍에는 리드(Lead), 볼더링(Bouldering), 스피드(Speed) 등 세 종목이 있다. 리드는 높이 15m 정도의 인공암벽을 제한된 시간(8분) 안에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 겨루는 경기다. 볼더링은 바닥에 안전 매트를 깔고 로프 없이 높이 5m 정도의 암벽(4∼5개)을 정해진 시간(5분) 안에 누가 더 많이 완등하는지 겨루는 종목이다. 스피드는 높이 15m 정도의 암벽을 오르는 속도 경기.

김자인은 리드가 주 종목이다. '홀드(hold·인공암벽에 설치한 손잡이 모양의 돌기)'를 손과 발로 붙들고 디뎌 가며 정해진 지점까지 등반한다. 홀드의 위치는 경기가 시작하기 전 심판진이 정한다. 매 대회마다 난이도가 제각각이라 코스를 재빨리 파악하고 지점마다 체력을 안배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김자인은 "경쟁자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보다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고 한계를 넘어 목표를 정복했을 때 얻는 쾌감이 클라이밍의 매력"이라고 했다.


경기장 밖에서 만나는 그는 수줍음 많은 숙녀다. 그러나 암벽을 오를 때는 냉정한 승부사로 탈바꿈한다. 탄산마그네슘 가루가 밴 손바닥은 굳은살 투성이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극복한 훈장처럼 여긴다. 김자인의 작은 체격은 경기를 할 때 불리한 조건이 될 때도 있다. 손과 다리를 뻗어도 닿지 않을 만큼 홀드가 떨어져 있으면 위험을 무릅쓰고 점프를 하는 경우도 있다. 김자인은 이런 불리함을 만회하기 위해 코어운동(엉덩이, 복부, 허리 등 척추부근 근육을 집중 단련하는 운동)과 팔 힘, 균형 감각을 기르는 훈련을 꾸준히 한다.


"암벽과 사랑에 빠졌다"…거미 여인의 키스 김자인[사진=올댓스포츠 제공]


홀드를 이용해 등반할 때는 리듬을 타야 스피드가 붙는다. 김자인은 음악에도 재능을 보여 초등학교 시절에는 성악가를 꿈꿨다. 그래서인지 리듬감이 뛰어나 암벽을 타고 오를 때 손과 발을 뻗고 발을 디디면서 몸을 위로 솟구치는 순간을 판단하는 감각이 절묘하다. 지난달 21일 프랑스 뷔앙송에서 끝난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리드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우승할 때 중계방송을 한 현지 방송은 김자인을 '암벽 위의 발레리나'라고 칭찬하며 "다른 선수들이 어려워하는 동작을 우아하고 쉽게 해낸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월 22일 중국 하이양에서 열린 올 시즌 첫 리드 월드컵을 시작으로 세 개 대회 연속 우승했다. 2002년 12월 21일 말레이시아 아시안 유스 챔피언십부터 출전한 일흔 아홉 차례 국내외 대회 가운데 서른 두 차례나 이 종목 정상에 올랐다. 2010년과 지난해에는 리드 부문 월드컵과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다. 큰 오빠이자 코치로 김자인의 멘토 역할을 하는 김자하(30) 씨는 "어렸을 때부터 오빠들을 이기려는 승부근성이 강했다"며 "유연성이 뛰어나고 성격도 침착해 큰 대회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고 했다.


김자인은 등반가 가정에서 자랐다. 클라이밍 마니아인 아버지 김학은 씨(58)와 대한산악연맹 심판 출신인 어머니 이승형 씨(56)를 통해 자연스럽게 암벽과 친숙해졌다. 오빠 두 명도 클라이머로 활동하고 있다. 클라이밍을 시작한 동기도 "초등학교 시절 오빠들이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가서 경기하는 모습이 부러워서"라고 했다. 남매의 이름은 모두 등반 장비와 관련이 있다. 자하 씨는 '자일'과 '하켄(암벽 등반에 쓰이는 쇠못)', 작은 오빠 자비(27) 씨는 '자일'과 '카라비너(암벽 등반가들이 쓰는 로프 연결용 금속 고리)'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김자인의 목표는 국제무대에 있다. 그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에 클라이밍이 아직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아 늘 아쉽다"면서 "꾸준히 저변을 넓히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선수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자인은 다음달 9일 스페인 히혼에서 열리는 2014 IFSC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암벽과 사랑에 빠졌다"…거미 여인의 키스 김자인 프로필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